지구 최강의 생명체 곰벌레를 화성에서 살아남게 하는 방법을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를 응용한 기술은 언젠가 이뤄질 인간의 화성 탐사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학명이 힙시비우스 두자르디니(Hypsibius Dujardini)로 물곰(Water Bear)이라고도 하는 곰벌레는 극도로 건조한 지역에서도 독자적인 가사 상태에 들어가 생존한다. 심지어 150℃ 이상 고온, 절대영도에 가까운 초저온, 진공, 고압, 치사량을 한참 넘은 방사선도 견디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졌다.

다만 아무리 곰벌레라도 화성에서 살아남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주 방사선에는 견딜 수 있어도, 화성 지표면의 부스러기, 즉 레골리스 자체에 유독한 물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촬영한 화성 지표면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이런 사실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미생물학 연구팀의 최근 실험에서 드러났다. 화성 레골리스를 재현한 실험용 모래에 곰벌레를 풀었더니 며칠 만에 죽고 말았다. 다만 모래를 물로 씻어내자 생존율이 극적으로 향상됐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미래의 화성 농업과 인간 거주를 가능하게 할 기술 개발로 연결될 가능성을 점쳤다.

이번 실험에서는 지구의 일반 모래, 화성의 평균 레골리스 화학 조성을 재현한 MGS-1, 화성의 옥시아 팔루스 평원의 성분을 본뜬 OUCM-1가 준비됐다. 각 토양에 육지에 서식하는 곰벌레 로마조티우스 바리에오르나투스(Ramazzottius cf. varieornatus)와 담수에 사는 곰벌레 힙시비우스 이그젬플라리스(Hypsibius exemplaris)를 투입했다. 이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미량의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험은 각각의 모래를 적신 상태에서 진행했다.

그 결과, 지구의 일반 모래에서 시간을 보낸 그룹은 모두 건강한 상태로 살아남았다. 반면 MGS-1의 경우 힙시비우스 이그젬플라리스는 하루 만에 약 60%가 죽고 4일 뒤 전부 사멸했다. 로마조티우스 바리에오르나투스는 4일 지난 시점에서 개체가 급감했다.

화성 레골리스를 모방한 모래를 세척한 뒤에는 곰벌레의 활동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사진=코리엔 바커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미생물학자 코리엔 바커만 교수는 “방사선이나 진공 이전에 화성의 토양 자체가 생명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졌음이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며 “화성의 레골리스에 수용성 유해 성분이 포함됐다고 보고 MGS-1 샘플을 물로 1회 씻어내 다시 실험하자 곰벌레 생존 기간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화성의 레골리스에는 생명 유지에 방해가 되는 수용성 유해 물질이 포함됐고, 이는 물세척 만으로 제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화성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출은 쉽지 않아 실용화 장벽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향후 인간이 화성을 탐사하거나 현지로 이주해 살 때 생태계 구축에 상당히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술했듯 화성에서 물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토양 자체의 사용 가능성을 알아낸 것은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지구의 일반 모래에 투입된 곰벌레(A~C)와 화성 레골리스를 재현한 모래에 투입된 뒤 광물 부스러기가 몸에 점착된 곰벌레(D~G)의 사진. H~M은 화성 레골리스를 모방한 모래에 투입된 지 4일이 지나 죽은 곰벌레들이다. <사진=코리엔 바커만>

코리엔 바커만 교수는 “화성 레골리스의 독성은 지구 미생물이 부주의하게 현지를 오염하는 것을 막는 천연 장벽인지 모른다”며 “앞으로 곰벌레를 죽인 유해 물질의 정체를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화성은 지구형 행성으로 인류의 행성 이주 후보 천체로 거론돼 왔다. 태고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했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으며, 다양한 우주개발 주체들이 달 다음으로 탐사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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