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을 씹으면 집중이 잘 된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됐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나 운전 등 장시간 집중이 필요한 사람이 괜히 껌을 찾는 게 아니다. 일부 껌 업체는 제품이 집중력을 올려준다고 광고한다. 일면 단순한 속설 같기도 한 껌 씹기의 효과는 놀랍게도 심리학 및 신경과학 연구에서 입증됐다.

영국 카디프대학교는 2024년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지속적 주의력 검사(SART)를 수행하고 껌을 씹는 조건과 그렇지 않은 조건을 비교했다. 그 결과, 껌을 씹은 이들은 주의력 관련 과제에서 나은 점수를 기록했고, 스스로 느낀 각성도나 집중도도 높았다.

호주 스윈번대학교는 2022년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껌을 씹은 집단이 반응 속도가 빠르고 선택적·지속적 주의력이 향상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해당 실험에서 껌을 씹는 동안 심박수와 코르티솔(각성 관련 호르몬) 수치가 상승했는데, 학자들은 뇌가 더 깨어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껌을 씹을 때 메커니즘, 즉 저작 활동이 뇌를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다. 씹는 동작은 턱 근육뿐 아니라 뇌간과 대뇌 피질의 여러 신경회로를 동시에 활성화한다. 이런 자극은 뇌의 각성 수준을 높여 졸음을 줄이고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껌이 집중력을 올려준다는 속설은 실험에서 일부 입증됐다. <사진=pixabay>

껌을 씹은 뒤 15~20분 정도 집중력 향상이 나타난다는 선행연구는 제법 많다. 이는 씹기 행동이 일종의 각성 신호를 만들어 일시적으로 인지 능력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라고 일부 학자는 본다.

뇌 혈류 증가 가설도 눈길을 끈다. 씹는 동작은 심박수를 약간 높이는데, 그 결과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해 산소와 포도당 공급이 늘 수 있다는 이야기다. 뇌의 전전두엽은 집중력, 의사결정, 작업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이 부위에 혈류가 증가하면 주의력 유지 능력이 개선될 수 있다.

심리적 효과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 껌을 씹는 사람들의 기분이 더 긍정적이고 스트레스가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줄면 뇌가 불필요한 긴장에서 벗어나 인지 자원을 과제 수행에 집중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껌을 씹는 행위가 반드시 모든 종류의 인지력을 올리지는 않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사진=pixabay>

다만 모든 연구가 껌 씹기의 긍정적인 결과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일부 실험에서는 껌을 씹는 시점이나 과제에 따라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작업 중 계속 껌을 씹기보다 직전에 잠시 씹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학자도 있다.

독일 연구팀은 2004년 껌 씹기가 인지 테스트에 주는 영향을 남녀 자원자를 모아 실험했다. 피실험자들은 ▲아무것도 씹지 않기 ▲실제로 껌을 씹기 ▲껌 없이 씹는 동작만 반복하기 ▲맛이 있는 껌을 씹기 등 각 조건 하에서 종합 인지력 테스트를 받았다.

그 결과 지속적 주의력은 일부 향상했으나 각성과 인지적 유연성은 오히려 감소했다. 껌을 씹는 행동이 모든 종류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며 일부 인지 기능은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껌 씹기가 인지 기능을 항상 높인다는 주장은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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