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년에 걸쳐 작은 은하들을 삼킨 나선은하가 특정됐다. 초대형 나선은하의 성장 과정을 규명한 이번 연구는 이달 23일 자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소개됐다.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가 조사한 나선은하는 NGC 1365다. 지구에서 화로자리 방향으로 약 5600만 광년 떨어진 막대나선은하로 길이가 무려 10만 광년에 달하는 소용돌이 팔을 가져 대막대나선은하라고도 불린다.
CfA 연구팀은 NGC 1365의 관측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대략 120억 년에 걸쳐 주변의 작은 은하들을 삼키며 성장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은하에 존재하는 가스의 산소 분포에 주목한 연구팀은 약 2만 가지 은하 진화 시뮬레이션과 비교해 이 은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작은 은하를 빨아들이며 성장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를 이끈 CfA 리사 큘리 연구원은 "우리 성과는 우리은하처럼 가까운 곳에만 적용되던 은하 고고학을 먼 곳까지 확장한 최초의 사례"라며 "은하에 포함된 별의 가스 성분 및 분포를 조사하면 그 은하가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는 은하 고고학을 입증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은하 고고학은 우리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처럼 개별적으로 별을 관찰할 수 있는 가까운 은하에만 적용됐다"며 "수천만 광년 떨어진 은하는 별을 하나씩 구분해 그 움직임을 정밀 측정할 수 없어 은하에 퍼진 가스의 산소 분포를 알아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 망원경을 이용해 은하 내 가스가 방출하는 빛을 정밀 분석했다. 젊고 뜨거운 별이 내는 강한 빛은 주변 가스를 가열해 이온화하며, 이때 산소 같은 원소는 특정 파장의 빛을 방출한다. 이 빛의 분포를 조사함으로써 은하의 어느 위치에 얼마나 많은 산소가 존재하는지 세밀하게 파악했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별의 탄생, 가스의 흐름, 과거 은하 간 합체의 영향을 담은 은하의 이력서와도 같았다.
리사 큘리 연구원은 "NGC 1365의 중심부에는 산소가 많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농도가 낮아지는 반면, 가장 끝 소용돌이 팔에는 산소 양이 거의 일정했다"며 "이 관측 데이터를 컴퓨터가 수행한 약 2만 개 은하 진화 시뮬레이션과 비교한 결과, 관측 결과와 가장 잘 일치하는 모델이 하나 발견됐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해당 모델에 따르면, NGC 1365는 우주 초기 단계에서 중심 부분이 형성돼 많은 별이 탄생했고, 초신성이 나타나며 산소가 주변에 축적됐을 것"이라며 "약 120억 년 동안 주변의 더 작은 은하와 합쳐지며 외부로 성장해 나갔다. 거대한 소용돌이 팔은 수십억 년 동안 합쳐진 은하에서 공급된 가스와 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멀리 떨어진 은하의 역사를 밝힌 것에 그치지 않는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도 같은 나선은하이기 때문에, 그 형성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지 모른다. 우리은하 역시 다른 은하와 상호작용을 반복하면서 성장해 왔다는 가설은 오래됐다. 참고로 우리은하가 안드로메다은하와 대략 50억 년 뒤 결합해 밀코메다가 될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은하의 실제 관측과 시뮬레이션을 결합함으로써 은하 진화 과정을 설명할 유력한 모델을 제시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은하에 남은 가스 성분은 우주의 역사 그 자체로, 이를 선행연구 자료들과 대조한 이번 조사 방법은 더 많은 은하 탐사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