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이도 빛을 내는 생물발광(바이오루미네선스). 반딧불이나 심해생물, 조류, 식물의 일부에서 관찰되는 생물발광을 전등이나 가로등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생물의 발광기능 자체를 이용해 인공조명을 대신하는 기술은 개발이 어렵다. 조명으로 쓸 정도의 광량이 나오지 않아서다. 때문에 학자들은 생물발광 메커니즘 자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빛을 내는 식물을 고안해 왔다.
가시적 성과는 2010년에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플랜트 나노바이오닉스(Plant nanobionics) 연구팀은 2017년 ‘엔지니어들이 만든 발광 나노바이오닉 식물(Engineers create nanobionic plants that glow)’ 칼럼을 대학 홈페이지에 냈다.
연구팀은 식물 잎에 나노입자를 주입해 생체발광 식물을 인공적으로 구현했다. 희미한 빛 생성에 성공했지만 책을 읽을 적정 광도에 한참 못 미쳤다. 연구팀은 책상 스탠드를 대체할 생체발광 조명을 목표로 제시했다.
영국과 러시아, 오스트리아 공동 연구팀은 2020년 ‘유전적으로 암호화한 자동발광 식물(Plants with genetically encoded autoluminescence)’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냈다.
연구팀은 곰팡이 유래 발광 유전자를 식물에 삽입해 빛을 냈다. MIT에 비해 수십 배 이상 밝기가 향상돼 스스로 빛을 내는 완전 생물형 조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여전히 조명이라기보다 장식물 수준의 광량이 아쉬웠다.
MIT가 2021년 낸 실험 보고서 ‘살아있는 식물 엽육을 이용한 광축전지 증대(Augmenting the living plant mesophyll into a photonic capacitor)’는 생물발광 조명의 뚜렷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식물 내부에 광저장나노입자, 일종의 광축전지를 삽입했다. LED 조명을 10초 조사하자 수 분에서 1시간 발광하는 식물 전등이 완성됐다. 밝기도 1, 2세대 생물발광 식물보다 최대 10배 향상됐다. 아무 식물이나 적용 가능하고 여러 번 충전도 가능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 바이오 업체 라이트 바이오(Light Bio)는 2024년 자체 개발한 발광 식물 반딧불이 페튜니아를 내놓았다. 미 농무부(USDA) 승인까지 따낸 이 식물은 발광버섯의 유전자를 조합했다. 일반 페튜니아에 발광버섯의 DNA를 조합해 이름 그대로 반딧불이처럼 은은한 빛을 발한다.
중국 바이오 업체 매직펜 바이오(Magicpen Bio)는 지난달 말 발광버섯과 반딧불이의 유전자 기술을 응용해 스스로 빛나는 식물 20종을 개발했다.
충분한 광량 확보를 위해 기술적 개량을 532회나 반복한 연구팀은 빛을 제한하는 식물 특유의 성질을 억제하는 동시에 유전자가 만드는 효소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난초와 해바라기, 장미, 백합과 같은 친숙한 꽃들을 빛나게 만들었다.
생물발광에는 빛을 내는 화학반응을 유발하는 물질 루시페린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먼저 발광 버섯의 유전자를 사용해 대부분의 식물이 가진 성분 커피산을 체내에서 루시페린으로 전환하는 회로를 구축했다. 여기에 반딧불이가 가진 강력한 발광 유전자를 결합해 빛을 더욱 밝고 안정적으로 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발광식물의 의미는 가로등을 대신할 실용적 밝기를 실현한 데 있다.
생물발광 조명 개발이 활발한 이유는 에너지난이다. 온난화로 인한 냉방기 사용 등으로 인류는 심각한 전력 부족에 직면했다. 만약 가로등의 일부를 스스로 빛나는 식물로 대체한다면 막대한 전력을 아낄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촉발한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난이 심각한 현재 상황에서 생물발광 조명의 중요성이 절감된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식물을 빛나게 하면서 건강하게 살도록 개량이 필요하다. 식물 입장에서 발광은 일정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행위라 대사 비용이 든다. 지금까지 실험에서 빛나는 식물은 건강할 때 밝게 빛나며, 스트레스를 느끼면 빛이 약해지는 것이 확인됐다. 도시의 인프라로 활용하려면 겨울의 추위나 여름의 폭염, 대기오염 등 혹독한 환경에서도 빛을 내며 살아남는 강인함이 필요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