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을 기원하며 신에 바친 수많은 성수 병이 그리스 고대 도시에서 발굴됐다. 농경과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를 기린 신전 내부에 묻힌 성수 병은 무려 1000점에 달했다.
튀르키예 마니사젤랄바야르대학교(MCBU) 고고학자 유수프 세즈긴 박사 연구팀은 12일 공식 채널을 통해 그리스 고대 도시 아이가이에서 발굴한 데메테르 여신의 신전 조사 성과를 소개했다.
해당 신전에서는 1000점에 이르는 작은 그리스 물병, 즉 히드리아가 다량 출토돼 눈길을 끌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데메테르에 샘물을 담은 물병을 성수 삼아 바치며 풍년을 기원했다고 추측했다.
유수프 세즈긴 박사는 "2000여 년 전 불모지에 터를 잡은 사람들은 풍요로운 수확을 기대하며 데메테르 여신에 간절히 기도했을 것"이라며 "해당 신전은 헬레니즘 시대의 주요 건축물로 넓이는 약 50m"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 두 개가 연결된 구조의 신전은 아이가이의 공용 극장터에서 서쪽으로 30m 떨어진 바위산 근처에 조성됐다"며 "19세기 발견된 비문에 아이가이의 데메테르 신전이 언급됐는데, 이번 발굴로 그 존재가 입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데메테르는 올림포스 12신의 하나로 중시됐다.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6남매 중 둘째로 제우스의 누나다. 그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로 어머니의 대지를 뜻하며 인간에 농경을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농업뿐 아니라 사회 질서나 법의 수호를 상징하며 로마 신화의 케레스(Ceres)와 동일시돼 후세 유럽 문화에 큰 영향을 줬다.
유수프 박사는 "데메테르는 그리스 신화에서 딸 페르세포네가 저승의 신 하데스에 납치되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며 "어머니의 비탄과 기쁨이 사계절의 유래가 됐다"고 언급했다.
박사는 "신전에서 나온 수많은 히드리아는 모두 몇 ㎝로 작은 크기이며, 그리스 유적에서 이처럼 대량으로 발견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며 "각 용기에 성수를 담은 사람들은 여신에 공물로 바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가이는 기원전 8세기 서아나톨리아에 정착한 아이올리스인이 건설한 12개 도시국가 중 하나다. 땅이 농업에 적합하지 않았고, 작물을 얻는 데 항상 어려움이 따랐다. 아이가이는 농지가 한정된 척박한 지역에었기에 주민들은 데메테르 여신에 대한 봉납을 상당히 중시했다.
유수프 박사는 "비옥한 하천 유역의 풍족한 도시와 환경이 다른 아이가이였기에 주민에게 여신에 대한 기도는 생존과 직결됐다"며 "신전은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사람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장소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전은 도시의 성벽이나 극장 근처에 있어 참배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한편, 일상생활에서는 분리해 신성함을 유지했다"며 "신전은 1960년대 도굴로 큰 손상을 입었지만 1000여 점의 봉납용 히드리아가 남은 점에서 가치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