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체내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세균이 로켓 발사와 지구 대기권 재진입을 견디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사람에게 필요한 유익균을 우주 미션에 동원할 가능성이 최초로 증명된 이번 실험에 학계는 물론 대중의 많은 관심이 모였다.
호주 RMIT대학교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천문학 저널 npj Microgravity 10월 6일 자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화성 등 달보다 먼 천체에 대한 유인 탐사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사람의 건강을 지탱하는 유익균 중 고초균(Bacillus subtilis)을 선택한 연구팀은 로켓 탑재 및 발사부터 무중력 상태, 그리고 지구 재진입까지 일련의 극한 상황에서 세균이 견디는지 알아봤다.
RMIT대학교 생물물리학자 엘레나 이바노바 교수는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유익균을 우주 미션에 동원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SF 영화에서나 봤던 인류의 우주 정착이 실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어 "토양이나 마른풀에 분포하는 유익균은 사람의 위장관을 통과할 때 장내세균총의 균형을 잡아주고 장내 유해균의 증가를 막는다"며 "고초균의 일부 균주는 장의 점막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에 자극을 줘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방어력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고초균의 일종인 낫토균은 혈전을 분해하는 효소 나토키나아제를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유익균인데, 이를 우주에 가져가려는 노력이 전부터 진행돼 왔다.
엘레나 교수는 "고초균은 가혹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아포(포자의 일종)라는 특수한 휴면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며 "아포는 세균이 생존하기 위해 세포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영양분이 줄거나 극한의 건조, 고온, 자외선, 방사선에 노출되면 활동을 멈추고 가만히 버티다 생육에 적합한 환경이 돌아오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고초균 아포를 캡슐에 넣어 로켓 페이로드에 탑재하고 실제 우주로 내보냈다. 로켓이 발사할 때 가속력 때문에 페이로드에는 지구의 13배 중력이 발생했고 고도 약 260㎞의 우주공간에서는 약 6분간 미소중력상태(거의 무중력)가 유지됐다. 이후 지구 재진입 시에는 최대 30G의 중력에 초당 220회의 초고속 회전이 더해졌다.
그럼에도 고초균은 무사히 지상으로 귀환했다. 회수 후 조사에서 고초균은 정상적으로 성장했고 구조에도 이상이 없었다. 때문에 연구팀은 고초균이 우주공간의 스트레스를 견딜 생명력을 지녔다고 결론 내렸다.
엘레나 교수는 "화성과 더 먼 천체를 목표로 하는 장기 미션에서는 방사선이나 무중력의 영향으로 인간의 건강이 나빠지고 장내 환경에도 큰 부하가 걸린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을 지탱하는 세균의 존재는 면역력 증진 등 건강 유지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1961년 이래 650명 넘는 인간이 우주로 나갔지만 일정한 중력과 가속도의 변화를 동반한 화성의 장기 미션에 미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는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실험에서 고초균 아포가 끝내 살아남음으로써, 세균이 인간과 우주를 여행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급가속과 미세중력, 급감속을 견딘 고초균이 향후 지속가능한 생명유지 시스템의 실현을 당길 것으로 기대했다. 극한 환경에도 버티는 미생물 연구는 지구상에서도 활용이 기대되는 만큼, 이번 성과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학계는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