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원형 투기장에 투입된 전사들은 사자나 표범은 물론 거대한 야생불곰과 싸워야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연구소 고고학 연구팀은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로마시대 투기장에 야생불곰이 투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 9월호에 먼저 소개됐다.
로마인들은 투기장에서 전사가 싸우는 상황을 오락처럼 즐겼다. 노예나 죄인끼리 싸우기도 했고 인간과 짐승이 맞붙는 경기도 있었다. 일부 죄수들은 담나티오 아드 베스티아스(damnatio ad bestias)에 처해졌다. 이른바 맹수형으로, 맨몸으로 사자나 표범과 한 경기장에 던져졌다.
연구팀은 2016년 행해진 세르비아 비미나시움 투기장 발굴 조사에서 곰의 두개골 조각을 발견했다. 비미나시움은 현재의 세르비아 및 불가리아를 일컫는 모이시아 지역에 로마인들이 세웠던 전진기지 겸 도시를 말한다. 이곳 경기장에서 곰의 두개골이 나온 점에서 당시 사람들이 전사와 야생곰을 싸움 붙인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1세기 군사 거점으로 설계된 비미나시움은 불과 수백 년 만에 주요 도시로 발전했고, 인구는 최대 4만 명에 달했다”며 “로마제국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비미나시움에는 투기장이 만들어졌고 시민들은 검투사들의 경기를 즐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마인은 기원전 3세기 사람과 짐승의 대결을 기획했고 시칠리아나 북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악어, 호랑이, 사자 등 야생동물을 포획해 로마로 이송했다”며 “야생동물들은 좁은 우리에 갇혀 굶주리며 인간에 복종했고 투기장에서 사람들과 싸웠다”고 덧붙였다.
로마인들이 사람과 짐승의 싸움을 즐긴 결정적인 증거는 사실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올해 영국에서 발견된 검투사의 골반에 사자의 이빨 자국이 남았는데, 이런 골격 증거는 상당히 희귀하다. 옛 기록에 로마인이 불곰을 들여온 사례가 확인돼 인간과 싸우게 했음을 시사했지만, 관련된 확실한 물증은 없었다.
조사 관계자는 “2016년 나온 불곰 두개골의 최근 분석에서 이 곰이 투기장에서 싸웠을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불곰은 약 1700년 전 서식한 6세가량의 수컷으로 전두골에 골절상을 입었다. 치료를 받은 듯하지만 골수염 등 감염병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불곰은 창이나 둔기에 외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 상처가 원인이 된 감염병으로 죽음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불곰의 이빨과 턱에 손상이 남았고 송곳니가 과도하게 마모됐다. 이는 철로 된 우리를 깨문 영향”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일련의 행동이나 현상으로 미뤄 로마인에 붙잡힌 불곰은 장기간 사육됐고 투기장에서 여러 구경거리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곰이 투기장에서 죽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인간과 싸움에서 입은 외상이 감염병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절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