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중심에 자리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학자들의 추측처럼 크지는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은 질량이 대략 태양의 100만 배에서 수백억 배로 여겨져 왔다.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 천체물리학자 세바스찬 호닉 박사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 최신판에 공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Astronomy and Astrophysics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칠레에 자리한 유럽남천천문대(ESO)의 초대형망원경(VLT)을 이용한 관측에서 초기 은하의 블랙홀이 이론 모델보다 약 10배 작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만약 다른 은하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되면 초기 우주의 역학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세바스찬 호닉 박사는 "빅뱅 직후의 아주 젊은 은하 안에서 완전히 성장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다수 발견돼 왔다"며 "우리 연구는 초기 우주의 블랙홀 질량 측정을 위해 그간 사용된 방법이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우주 초기에 형성된 것으로 생각되는 매우 밝고 먼 퀘이사에 망원경을 맞췄다. 퀘이사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대량으로 빨아들여 강렬한 빛을 방출하며 나타나는 천체다. 기술의 발달로 블랙홀의 중력이 주변 물질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세바스찬 호닉 박사는 "블랙홀 주위에 두꺼운 먼지와 가스가 소용돌이치는 사실이 판명됐다"며 "그 가스는 놀라운 속도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데, 동시에 강렬한 가스 분출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박사는 "이번 관측 결과는 블랙홀 주변 가스의 약 80%가 흡입되는 것이 아닌, 부풀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지구에서 볼 때 이 현상으로 인해 블랙홀이 실제보다 훨씬 크게 보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VLT로 이번에 조사한 은하의 초대질량 블랙홀 질량은 태양의 약 8억 배였다. 물론 엄청난 질량이지만, 천문학자들이 이론 모델로 예측했던 값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우주 탄생의 신비를 풀 퍼즐의 새로운 조각과 같다고 평가했다. 세바스찬 호닉 박사는 "만약 이번 관측 결과가 일반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초기 우주의 블랙홀 질량은 체계적으로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우주 진화 모델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