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대륙으로 처음 이동한 현생 인류는 일본 홋카이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로운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로는 북미 각지의 유적에서 출토된 양면석기(biface)가 꼽혔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인류학자 로렌 데이비스 교수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2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했다.

인류의 아메리카대륙 이동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두 가지 설이 대립해 왔다. 하나는 약 1만3000년 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를 연결하는 베링 육교를 통해 이동했다는 내륙 루트 가설이다. 다른 하나는 그보다 전인 약 2만 년 전 태평양 연안을 남하해 이동했다는 연안 루트 가설이다.

아메리카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현생 인류는 일본 홋카이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아메리카대륙의 현생 인류 유입을 조사하면서 주목한 것은 양면석기다. 돌의 양면을 박리해 얇게 성형한 석기로 관통력과 내구력이 뛰어나 손잡이를 붙여 창이나 도끼로 사용했다.

로렌 데이비스 교수는 “이런 유형의 석기는 홋카이도에서 약 2만 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에 분석된 미국 각지의 석기도 그 형상과 제작 기법이 매우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버지니아와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아이다호의 유적에서 출토된 석기는 홋카이도의 것과 기술적 공통점이 많았다”며 “아메리카대륙에 처음 도달한 호모 사피엔스는 약 2만 년 전 최종 빙기에 홋카이도를 포함한 북서태평양 지역으로부터 태평양 연안을 남하해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국 아이다호에서 출토된 양면석기와 일본 홋카이도의 것을 비교한 이미지 <사진=오리건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미국에서 출토된 양면석기의 형상과 제작기술을 면밀히 분석, 홋카이도나 동아시아의 후기 구석기시대 도구들과 동일한 기술적 공통점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오랜 세월 유력하다고 여겨져 온 내륙 루트 가설은 힘을 잃게 됐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로렌 데이비스 교수는 “구석기시대 유적에서 나온 양면석기는 아메리카대륙에 나중에 등장한 팔레오 인디언(구석기시대 아메리카 원주민)이 쓴 것보다 소형·경량이며 제작방법도 달랐다”며 “팔레오 인디언은 빙기가 끝날 무렵 북미에 정착한 원주민으로, 현재 미국 원주민의 조상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양면석기는 돌의 중심 부분에서 박편을 잘라내고 거기에 양면 가공을 하는 복합적인 제조법을 썼다”며 “이 기술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문화로 생각되는데, 홋카이도 도구와 공통점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석기의 기술과 지식이 넘어왔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텍사스, 아이다호,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등지의 유적에서 나온 석기는 홋카이도에서 출토된 양면석기와 상당히 비슷했다. <사진=오리건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번 연구는 석기가 출토된 유적의 위치에도 중점을 뒀다. 만약 사람들이 베링 육교를 통해 아메리카대륙에 들어왔다면 가장 오래된 흔적은 알래스카나 캐나다 북부에 존재해야 한다. 다만 실제로 오래된 석기가 출토된 주요 유적은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아이다호 등 남쪽에 집중됐다.

물론 비슷한 석기가 오리건주, 위스콘신주, 플로리다주에서도 나왔지만 토기의 수가 너무 적어 이번 분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더 많은 유적이 태평양 연안의 대륙붕에 잠겨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복수의 북미 각지 유적을 비교·통합함으로써 인류의 아메리카대륙 이동 루트를 보다 명확하게 압축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아메리카대륙의 최초 인류가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하는 동시에 어떻게 이동하고 어떤 도구를 썼는지, 또한 어떤 지식이나 기술을 보유했는지 알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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