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의 다음 빙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더위가 추위를 부른다니 모순 같지만, 지구가 스스로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려 일으키는 연쇄반응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UCR)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5일 자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원래 지구는 빙기와 간빙기의 주기적 리듬을 갖고 있다. 약 250만 년 전부터 제4기 빙하시대로 불리는 시대에 접어들었고, 추운 빙기와 따뜻한 간빙기를 반복 중이다. 약 2만 년 전 최종 빙기가 최고조에 달해 지구의 약 3분의 1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가, 약 1만 년 전 빙기가 끝나 현재는 온화한 간빙기에 해당한다.
앤디 리지웰 연구원은 “자연의 사이클로 따지면 다음 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약 5만 년 후였다”며 “현대의 급격한 지구 온난화가 이 수만 년 단위의 느긋한 예정표를 크게 흐트러뜨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에는 원래 기온이 너무 오르지 않도록 조정하는 자연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가장 핵심은 암석의 풍화작용이다. 비가 내리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녹아들고, 이것이 지상의 암석, 특히 화강암 등 규산염 암석을 조금씩 녹인다.
녹아내린 성분과 이산화탄소는 강을 통해 바다로 운반되고, 거기서 칼슘과 결합해 조개껍데기나 산호초가 된다. 이것이 해저에 가라앉아 쌓여 수억 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탄소를 암석에 가둔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기온이 올라가면 비가 늘어 암석의 풍화도 속도를 내기 때문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회수돼 기온이 내려간다.
앤디 리지웰 연구원은 “지금까지 이 사이클이 지구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했지만 플랑크톤 증식이라는 변수가 생겼다”며 “우리 조사에서는 급격한 온난화가 규산염 암석의 풍화 시스템을 폭주하게 만드는 사실이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기온이 올라 큰비가 내리면 육지에서 인 등 영양분이 바다로 많이 유입돼 플랑크톤이 폭증한다”며 “플랑크톤이 죽어 해저에 가라앉으면 대기에서 운반된 탄소도 같이 퇴적물에 갇히는데, 이를 분해하기 위해 산소가 사용되기 때문에 바닷속의 산소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산소가 줄어든 환경에서는 일단 해저에 가라앉은 인이 다시 물에 녹기 쉬워진다. 인을 먹는 플랑크톤이 폭증하는 사이클이 반복되면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움직임이 가속돼 지구 기온은 급강하한다. 온난화가 원인이 돼 빙하기가 빨리 찾아오는 것은, 이 탄소의 회수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앤디 리지웰 연구원은 “설정 온도가 되면 멈춰야 할 에어컨이 센서 불량으로 방이 얼어붙을 때까지 계속 가동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불안정한 연쇄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싸움”이라고 역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