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중에는 주인의 이야기를 엿듣고 새로운 말을 배우는 종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인이 직접 가르치지 않아도 대화 속에서 새로운 표현을 익히는 천재견은 종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주인의 대화에서 자발적으로 정보를 흡수하고 학습하는 개의 지능이 인간의 한 살 반 유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개의 언어 능력 조사에 나선 연구팀은 장난감 이름 외우기에 능숙한 개, 일명 Gifted Word Learner(GWL)에 주목했다. 실험에서는 보더콜리와 래브라도 리트리버, 저먼 셰퍼드 등 똑똑하다고 알려진 개 10종이 동원됐다.

일부 개는 주인의 대화 중 특정 단어를 엿듣고 이를 학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Genius Dog Challeng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Some dogs eavesdrop on their owners!' 캡처>

실험은 두 가지 다른 조건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주인이 개를 직접 마주하고 장난감 명칭을 여러 번 말하며 가르쳤다. 두 번째는 주인이 다른 사람과 장난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는 그 옆에서 듣기만 했다.

두 조건 모두 개가 장난감 명칭을 듣는 시간은 짧게 설정했다. 이 세션을 총 8분에 걸쳐 여러 번 진행했다. 그동안 개들은 주인의 말을 들을 뿐 장난감을 직접 만지지는 못했다.

학습 세션이 모두 끝난 직후, 연구팀은 장난감 이름을 개가 얼마나 기억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10마리 중 7마리가 장난감 이름을 올바르게 골라냈다. 주인과 마주 보고 배운 조건에서 정답률은 80%였는데, 개 혼자 엿듣고 익힌 두 번째 조건의 정답률은 놀랍게도 100%였다.

주인의 말에서 특정 표현을 뽑아내고 학습하는 능력은 보더콜리 등 똑똑하기로 유명한 개들은 물론 시츄나 믹스견에서도 확인된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 엿듣는 것이 더 높은 결과를 낸 것은 개가 편안하게 관찰에 집중한 결과로 추측된다"며 "주인이 직접 말을 걸면 개는 기대나 긴장 때문에 눈치를 보지만 엿들은 개들은 제3자 시각에서 냉정하게 이름과 사물의 관계를 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보더콜리가 두각을 드러냈지만, 견종 자체가 특출나지는 않았고 개체마다 재능이 달랐다. 평소 장난감 이름을 외우는 습관이 없는 개들은 보더콜리라도 주인의 대화에서 단어를 습득하지 못했다. 시추나 웰시코기, 푸들, 믹스견 등 보더콜리 대비 지능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개들이 오히려 뛰어난 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실험 관계자는 "개는 인간이 내는 힌트를 읽는 데 특화돼 진화했다"며 "대부분의 개는 말 자체보다 주인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을 통해 많은 것을 알아챈다"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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