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계를 이용해 골치 아픈 우주쓰레기의 낙하지점을 알아내는 방법이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하루가 멀게 위성을 쏘는 요즘, 지구 저궤도에 밀집한 위성이나 로켓 잔해가 지구 대기권에서 채 타지 않고 떨어지는 일이 빈발하며 우주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 큰 상황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2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해 낙하하는 우주쓰레기의 위치를 특정할 방법을 소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도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상에서 추적 가능한 10㎝ 넘는 크기의 우주쓰레기는 무려 4만 개 이상이다. 작은 파편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1억3000개가량까지 늘어난다. 이들이 지상에 떨어지면 상상을 초월할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미국 민가 지붕을 우주쓰레기가 뚫고 들어가 난리가 벌어졌다.

지구 주변의 우주쓰레기는 위성과 로켓 잔해가 대부분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우주쓰레기의 낙하 지점 파악을 위해 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연구팀은 지구상에 깔린 지진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의 실시간으로 우주쓰레기를 추적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존스홉킨스대 벤자민 페르난도 박사는 “위성 조각이 우주에 있다면 현재 레이더 기술로도 위치 예측이 가능하지만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공기 밀도와 기체 형상, 격렬한 회전 등으로 계산이 복잡해져 진로가 최대 수천 ㎞까지 크게 벗어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진계 데이터를 이용해 2024년 4월 2일 대기권에 재진입한 중국 우주선 선저우 15호의 우주쓰레기가 낙하한 경로를 재현했다”며 “이 우주쓰레기는 폭이 약 1m, 무게는 1.5t 이상이나 돼 지상의 모든 생명에 위협이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있는 127대의 지진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쓰레기가 경이로운 속도로 이동한 경로를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2024년 4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지진계가 감지한 선저우 15호의 파편 소닉붐을 보여주는 이미지. 이를 이용해 파편의 궤도를 정확히 추적했다. <사진=사이언스>

우주쓰레기가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는 음속보다 빠르게 떨어져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킨다. 지상으로 맹렬한 속도로 떨어지는 우주쓰레기는 그 충격파에 의한 진동을 만들고, 땅을 흔들어 부근에 있는 지진계에 신호를 보낸다.

작동한 지진계의 위치를 지도에 나열한 연구팀은 우주쓰레기의 정확한 궤도를 더듬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 어디에 착지했는지 추정했다. 선저우 15호에서 떨어져 나간 금속 파편은 음속의 최대 30배 속도로 라스베이거스 상공을 북동쪽으로 갈랐다.

벤자민 박사는 “지진계의 진동 데이터를 분석하면 우주쓰레기의 고도는 물론, 공중에서 어떻게 분열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며 “이번 실측에 의한 비행 루트 검증 결과, 미 우주군이 예측한 진로보다 북쪽으로 무려 40㎞나 어긋났다”고 전했다.

2024년 4월 미국 민가에 떨어져 지붕에 구멍을 낸 낙하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폐기한 배터리 운송용 팔레트의 지지대로 확인됐다. <사진=알레한드로 오테로 페이스북>

박사는 “우주쓰레기의 낙하 지점을 신속하게 특정하는 것은 방사능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할 경우 그 중요성이 커진다”며 “1996년 러시아 화성 탐사선 마르스-96의 경우 지구 대기권 재돌입 시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전원 장치가 남은 채 바다에 낙하해 일대 생태계가 오염됐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지진계를 이용한 새로운 추적 시스템이 대기권 돌입 후 우주쓰레기 낙하로 인한 피해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기술을 보다 고도화하면 지구로 날아드는 인공물은 물론 소행성 조각 등의 추락 지점도 예측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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