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묵는 호텔에서 잠을 설치는 것은 뇌가 비상사태 모드로 진입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존에 유리한 감정인 공포심처럼 고대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체득한 생존 능력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일본 나고야대학교 신경과학 연구팀은 이달 발간된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ANS)에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냈다.

대체로 사람은 처음 가는 여행지 등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잠을 청하지 못하고 고생한다. 이를 신경 연구 분야에는 첫날밤 효과(first night effect)로 칭한다. 원인을 두고는 지금껏 다양한 가설이 제기됐지만 명확한 이유는 여태 밝혀지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잠을 설치는 첫날밤 효과는 뇌내 특정 물질의 활성화가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낯선 환경에 처한 우리 뇌의 활동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몸이 잠들지 못하게 막는 뇌신경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나고야대 신경학자 타케모토 사야카 교수는 “첫날밤 효과가 왜 일어나는지 신경 수준에서 원인을 밝히려 시도했다”며 “새로운 환경이라는 특정 요인에 반응하는 뇌의 회로가 어떻게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쥐를 사용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낯선 환경에 놓인 개체의 뇌내 코르티코트로핀(부신피질호르몬) 방출인자(CRF) 활동이 활발해진 점을 알아냈다. 이런 움직임은 공포나 불안의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편도체와 인접한 뇌 영역 확장 편도체에서 두드러졌다.

심한 첫날밤 효과는 모처럼 계획한 여행을 망치기도 한다. <사진=pixabay>

타케모토 교수는 “CRF는 스트레스를 느낄 때 뇌에서 방출되는 물질로, 일종의 뇌 긴급 경보 스위치와 같다”며 “실험에서 쥐들의 CRF 신경을 인공적으로 켜자 각성이 촉진됐고, 반대로 끄자 새로운 환경에서도 잠을 잘 잤다”고 전했다.

교수는 “처음 접한 장소에서 뇌는 우리 몸에 ‘아직 안전한지 모르니 일단 깨어 있자’고 경보를 울리는 것”이라며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CRF 신경이 어떻게 각성을 유지하는지도 밝혀낸 점”이라고 강조했다.

CFR 각성의 핵심으로 특정된 물질은 뉴로텐신(NTS)이라는 신경펩타이드(뇌 내의 정보 전달 물질의 일종)다. CRF 신경에서 방출된 뉴로텐신이 각성 처리를 담당하는 중뇌 영역에 도달하고, 이곳의 수용체와 결합하며 ‘깨어 있어라’고 명령을 전달한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첫날밤 효과를 유발하는 뇌의 각성은 위험이 도사리는 야생에서 생활한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체득된 것일지 모른다. <사진=pixabay>

타케모토 교수는 “추가 실험에서 뉴로텐신을 임의로 줄인 쥐는 새로운 환경에 놓여도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았다”며 “이번 실험은 첫날밤 효과의 메커니즘을 밝힌 데 이어 주된 원인물질까지 규명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학계는 이번 성과가 불면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각종 트라우마 질환의 치료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불면증이나 PTSD, 불안장애는 과각성 상태가 자주 보고되는데, 이는 뇌가 필요 이상으로 경계 모드에 진입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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