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중국의 숏폼 영상 한 편이 유튜브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조연배우 이하는 모두 AI로 생성한 이 영상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의 패러다임마저 바꿀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다.

회제의 영상은 지난달 공개된 '곽거병(霍去病)'이다. 곽거병은 중국 전한 무제 시대의 맹장으로, 흉노 토벌에 나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 기록됐다. 제목 그대로 이 영상은 곽거병이 오랑캐들을 물리치는 전투신에 집중했다.

약 22분 분량의 '곽거병'은 시댄스(Seedance) 2.0 등 최근 주목받는 중국산 생성형 AI의 성능을 잘 보여준다. '곽거병' 영상은 2월 말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22일까지 누적 재생 5억 회를 돌파하며 대단한 주목도를 자랑한다.

생성형 AI로 만든 중국 숏폼 영상 '곽거병'의 한 장면 <사진=숏폼 영상 '곽거병' 캡처>

'곽거병' 제작 정보는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웨이보에는 '곽거병'이 영상을 공부한 학생 1명이 48시간을 들여 뚝딱 만들었다는 글이 쏟아졌다. 제작비가 불과 3000위안(약 66만원)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루머가 확산하자 '곽거병'의 실제 제작자들이 지난달 말 웨이보에 공지를 올렸다. 이에 따르면, '곽거병'은 감독을 포함, 22명이 제작했고 실제 배우도 투입됐다. 다만 주연 몇 명을 뺀 조연배우는 죄다 AI가 생성했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 등 특수효과도 AI로 뽑아냈다.

생성형 AI를 자체 제작하는 중국에서는 인기가 많은 사극이나 무협 드라마, 선협물 등을 AI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 3대 OTT 플랫폼 아이치이와 텐센트비디오, 유쿠가 비용 절감과 제작 효율 향상을 목표로 생성형 AI를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이야기는 제법 오래됐다. 

생성형 AI의 발달로 조연배우들은 죄다 AI로 뽑아내는 시대가 열렸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중국의 한 영상 제작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기존에 회당 수십만 위안이 들던 드라마 제작비가 수만 위안으로 10 분의 1로 줄어든다"며 "더욱이 제작 기간도 3~10일로 대폭 짧아지고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미 일부 플랫폼에서는 신규 프로젝트는 조연까지 AI를 전면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이러한 흐름에 올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완전 AI 기반 장편 드라마가 중국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영화 '도어즈'와 '히트' '탑건' 시리즈 등 명작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발 킬머. 2025년 세상을 떠났다. <사진=영화 '도어즈' 스틸>

할리우드에서는 AI가 영상 제작 분야에 적극 도입되며 배우의 약 60%가 일자리를 잃는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배우 발 킬머의 유족이 AI를 활용한 고인의 작품 제작을 허락했다는 최근 소식은 '곽거병'의 인기와 더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연은 물론 주연배우까지 AI가 빚어내게 된다면 배우들의 설자리는 급격히 좁아질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AI 영상을 접하는 콘텐츠 소비자들의 생각도 다양하다. '곽거병' 영상 댓글만 봐도 "AI가 이 정도 영상미를 구현하다니 놀랍다"는 호평과 "섬세한 연기나 감정은 인간만이 가능한 듯하다"는 비판이 뒤섞였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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