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돌고래의 날숨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충격을 준다. 해양학자들은 지구의 바다에 최소 170조 개 넘는 플라스틱 파편이 떠다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교와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체의 모든 장기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포유류의 날숨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개탄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류 제품이 자연계를 떠돌면서 1㎚(나노미터)부터 5㎜ 사이 크기로 부서진 조각들이다. 연구팀은 도시 하구 지역인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만에 서식하는 돌고래 5마리와 육지로 치면 전원지대에 속하는 루이지애나주 바라타리아만 하구의 돌고래 6마리의 분수공 날숨 샘플을 채취해 조사했다.
두 지역 돌고래 날숨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의류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폴리머 폴리에스테르였다. 그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왔다. 연구팀은 주변 공기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이 돌고래의 날숨에 모두 존재하는 것도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보통 도시 지역에 플라스틱이 더 많다고 생각되지만, 공기 중을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나름 청정한 지역에도 부유하고 있었다"며 "도시 연안의 돌고래와 청정 해역의 돌고래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점은 해류가 아닌 바람에 의해 운반된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돌고래는 폐활량이 크고 깊이 숨을 쉬기 때문에 인간보다 훨씬 많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며 "인간은 흡입한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폐 염증을 일으키거나 조직 손상, 점액 과다 분비, 폐렴, 기관지염, 암 등 건강 문제를 겪는다. 이는 돌고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세플라스틱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인간의 생식기능을 저해하고 심혈관 및 신경기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연구팀은 같은 포유류인 돌고래 역시 비슷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돌고래의 날숨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것은 플라스틱 오염이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며 "이번 발견을 계기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효과적인 대처 방법임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