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억 년이나 걸려 도착한 감마선 폭발의 잔광이 지상 관측 장비에 의해 포착됐다.
유럽남천천문대(ESO)는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남쪽 밤하늘의 ‘현미경자리’ 부근을 촬영한 최신 이미지를 공개했다.
주목할 것은 사진 중앙에 자리한 주황색 천체 같은 광원이다. ESA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21년 9월 검출된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 GRB) ‘GRB210905A’에 의해 형성된 잔광이다.
우주 공간에서 발생하는 GRB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방출된 감마선이 관측되는 현상이다. 2초보다 짧은 것을 쇼트 감마선 버스트(SGRB), 2초보다 긴 것은 롱 감마선 버스트(LGRB)라고 부른다.
통상 GRB는 보통 하루 한차례 관측될 정도로 흔하지만 천체 이벤트 중에서 가장 강한 전자기파를 뿜어낼 정도로 극적인 이벤트다. 극초신성이나 중성자별의 충돌이 이유로 추측될 뿐 정확한 원인은 불명확하다.
LGRB로 분류된 ‘GRB210905A’는 ESO가 운영하는 칠레 파라날 천문대의 초대형망원경(VLT)과 관측 장비 ‘엑스 슈터(X-Shooter)’를 통해 촬영됐다. 육안에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 데이터도 포함돼 색상은 파장별로 청색과 녹색, 적색으로 임의 착색됐다.
이에 대해 ESO는 “감마선 폭발에 이은 잔광은 가시광선이나 적외선으로 관측할 수 있지만 급속히 어두워져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속한 촬영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GRB210905A’의 잔광과 관련,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연구소(INAF)는 “이 GRB는 우주 탄생으로부터 약 8억8000만 년 후, 즉 지금으로부터 약 130억 년 전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 정도로 유구한 시간을 거쳐 관측된 GRB는 과거 16년간 10개뿐”이라고 전했다.
INAF는 ‘GRB210905A’가 매우 많은 에너지가 방출하는 점에서 그 기원이 일반 중성자별보다 1000배 강한 자기장을 가진 마그네타일 것으로 결론 내렸다. ‘GRB210905A’가 초기 우주에서 일어났지만 특성은 최근 관측된 GRB와 유사한 점도 특이하다는 게 INAF 설명이다.
천문학계는 GRB의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관측에 나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비롯해 ESO가 현재 건설 중인 유럽초대형망원경(ELT) 등 차세대 장비가 GRB의 미스터리를 풀 것으로 기대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