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와 같이 관 안에 또 다른 관이 들어간 희한한 매장 방식이 고대 이집트 유적에서 확인됐다.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미지의 이집트 매장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에 학계가 주목했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중 구조로 된 호화로운 고대 이집트 관을 소개했다. 망자를 영계에 인도하는 상형문자 비문이 새겨진 이 관은 나일강변 아슈트 주의 약 4000년 전 매장지에서 나왔다.
바깥쪽 큰 관은 길이 약 2.6m, 안쪽 작은 관은 약 2.3m다. 안쪽 관에 안치된 인물은 이집트 중왕국시대(제11~12왕조) 나일강변 도시 아슈트의 총독 제파이하피의 딸 이디다. 제파이하피는 제12왕조 파라오 세누스레트 1세의 총애를 받았다.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이디의 묘실은 아버지의 무덤 근처 지하 15m에서 발견됐다"며 "이디가 안치된 이중 관은 상태가 좋을 뿐만 아니라 호화찬란하게 장식됐다. 뭣보다 이런 형태의 관은 그간 고대 이집트 유적에서 나온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에 새겨진 상형문자 중에는 이디를 '집안의 여주인'으로 표현한 대목도 있다"며 "이디의 관은 비문이나 형태 모두 고대 이집트 매장 문화의 새로운 일면을 이해하는 귀중한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디의 아버지 제파이하피의 관은 이전에 발견돼 분석도 어느 정도 끝났다. 제파이하피는 40세가 되기 전에 숨졌고 한쪽 다리에서 선천성 질병의 흔적이 확인됐다. 그의 관은 고대에 약탈당했지만 유골의 일부가 남아 있었다.
이집트 관광유물부에 따르면, 이디의 관이 안치된 묘실에는 고인을 본뜬 것으로 여겨지는 입상 2개가 세워졌다. 이 밖에 관 내부와 묘실에 다양한 부장품이 채워졌다. 고고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여러모로 특이하며 그간의 고대 이집트 묘실과 다른 문화·역사적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