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강한 중력은 시공간의 구조를 휘게 만들며, 이에 따라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 근처에서는 빛이 굴절되고 확대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중력 렌즈'라고 부른다.
그 중 멀리 떨어져 있는 퀘이사 같은 천체가 앞에 있는 큰 질량의 은하에 의해 강하게 굴절돼, 은하를 둘러싼 4개 퀘이사로 보이는 것을 '아인슈타인의 십자가(Einstein Crosses)'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미 1912년 이런 현상을 예측했지만, 실제로 발견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학자들은 1979년 처음으로 중력 렌즈에 따른 다중 이미지 퀘이사(multiply imaged quasar) 'Q0957+561'를 발견했고, 1985년에 마침내 페가수스 자리에서 'QSO 2237+0305'라는 아인슈타인의 십자가를 찾아냈다. 이어 두 번째 아인슈타인의 십자가(J2211-3050)는 2019년 3월 18일에 발표됐다.
이번에 호주, 브라질, 인도, 유럽 및 미국 과학자들의 국제협력체 가이아중력렌즈워킹그룹(GraL)은 유럽우주국(ESA) 가이아 천문대가 발표한 데이터(Gaia DR2)를 이용해 12개의 새로운 아인슈타인의 십자가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한꺼번에 많은 발견이 이뤄진 것은 ESA의 '가이아 미션' 덕분이다. 프랑스 니스소피아앙티폴리스대학교 천문학자 프란시스 마냐르는 "새로운 아인슈타인의 십자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검색해야 할지 알 수 없고 단지 후보지를 둘러보는 데에도 엄청난 공간 해상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3년부터 시작된 ESA의 가이아 미션은 기존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해상도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몇 달에 한 번씩 하늘 전체를 조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 이 분야의 연구를 가속화했다.

연구팀은 먼저 강력한 퀘이사 후보를 찾기 위해 특수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이후 밀접하게 붙어있는 4개의 밝은 빛이 실제 4개의 별이 우연히 늘어선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십자가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가시광선 측정치와 케크I(Keck I) 망원경을 동원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12개의 새로운 아인슈타인의 십자가를 찾아냈으며, 이로써 발견된 총 갯수는 50여개로 늘었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발견은 우주의 팽창률과 암흑물질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추후 가이아 미션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가 공개되면 아인슈타인의 십자가를 더 찾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물리학 저널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