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오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반려견. 사방으로 세차게 흔들어대는 꼬리는 반려견이 주인에게 보내는 무한한 애정 그 자체지만, 지나치게 흔들다 꼬리를 다친다는 걸 아는 견주는 많지 않다.
개가 꼬리를 너무 흔들다 부상을 입는 것을 '해피 테일 증후군(happy tail syndrome)'이라고 통칭한다. 정식 명칭은 아니며, 영어권 수의사들이 부르기 시작한 것이 굳어져 사용된다.
'해피 테일 증후군'은 말 그대로 개가 너무 기뻐 꼬리를 치다 입는 부상들이다. 개의 꼬리는 5~20개의 뼈가 사람의 척추처럼 길고 가느다랗게 연결되는 구조다. 주변에는 근육과 혈관도 분포한다.
수의사들에 따르면 개가 꼬리를 치다 꼬리 뼈나 근육에 손상을 입어도 어지간해서는 계속 움직일 수 있다. 이 상태로 방치하거나 계속 꼬리를 움직이다 뼈나 근육을 다칠 수 있다. 또한 꼬리를 너무 세차게 흔들다 벽에 부딪혀 다치는 개도 있다.
'해피 테일 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개가 주인을 보고 껑충껑충 뛰며 꼬리를 흔드는 걸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의사들은 '해피 테일 증후군'이 염려돼 개가 꼬리치는 것을 강제로 막으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돼 유대관계가 느슨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인 입장에서 '해피 테일 증후군'이 걱정된다면, 가끔씩 개의 꼬리를 슬쩍 잡아보면 된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거나 통증 때문에 깜짝 놀라지는 않는지 종종 체크만 해줘도 충분하다.
주인들이 개의 꼬리를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해피 테일 증후군'이 합병증을 부를 수 있어서다. '해피 테일 증후군'을 주인이 알아채지 못하면 개는 계속 고통을 받고, 감염이나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수의사들은 강조한다.
일부 견주는 개의 꼬리가 단단한 벽에 부딪히지 말라고 아예 자르기도 한다. 이는 반려견 입장에서 좋을 리 없다. 개가 꼬리를 통해 풍부한 감정을 드러내는 동물이란 점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해피 테일 증후군'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인만 보면 꼬리를 흔드는 모든 개가 걸릴 수 있다. 특히 단단하고 가느다란 꼬리를 가진 대형견이 보다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