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골격 없이 오직 장기만 남은 약 4억4400만 년 전 고생물이 신종으로 인정됐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고생물학자 사라 개벗 교수 연구팀은 20년 넘게 정체가 불명확한 고생물의 조사 보고서를 지난달 말 공개했다.

사라 개벗 교수가 25년간 조사한 이 고생물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약 400㎞ 떨어진 숨 셰일층(Soom Shale)에 묻혀 있었다. 머리나 다리, 외골격은 사라진 뒤였는데 뭘 먹었는지 확인 가능할 정도로 내장은 잘 보존됐다.

외골격은 사라지고 내부 장기만 남은 고생물 화석. 신종으로 인정되며 케르보스 수사나에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사라 개벗>

절지동물의 동료로 생각되는 이 고생물은 일단 신종임이 확인됐고 케르보스 수사나에(Keurbos susanae)라는 정식 명칭도 생겼다. 연구에 공헌한 사라 개벗 교수는 어머니 수전 씨의 이름을 따 수(Sue)라는 애칭도 붙였다.

교수는 "이 고생물은 근육과 장 같은 내부 조직이 남아있는 반면 머리나 다리, 외골격은 흔적도 없다"며 "이는 우리가 발굴하는 일반적인 화석과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 4억8830만~4억4370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는 생물 대부분이 아직 바다에서 생활했다"며 "절지동물의 동료로 생각되는 수의 화석이 생성된 숨 셰일층 역시 이때 바다였다"고 덧붙였다.

숨 셰일층에서 조사 활동을 벌이는 사라 개벗 교수 <사진=사라 개벗>

오르도비스기에는 과의 26%, 속의 49%, 종의 85%가 사라진 대멸종이 일어났다. 가혹한 빙기가 찾아오자 바다에 살던 생물들은 추위를 피해 비교적 온난한 현재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옮겨갔다.

사라 개벗 교수는 "수가 최후를 맞아 묻힌 퇴적물 내부는 산소가 부족하고 극히 해로운 황화수소가 녹아 있었다"며 "이런 극한의 환경에서 일어난 화학반응 때문에 수의 독특한 화석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교수는 "새우나 게, 거미, 지네의 조상이 되는 절지동물은 약 5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왔으며, 그 외골격이 화석으로 많이 남아 있다"며 "수는 내부 구조만 보존돼 비교 대상이 극히 적다. 때문에 수가 절지동물의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진화계통수의 어디에 자리하는지 향후 밝혀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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