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가 수컷 없이 알을 낳은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악어의 무성생식 능력을 진화적 공통점이 많은 공룡도 가졌을 가능성이 제기돼 학계 관심이 쏠렸다.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은 9일 공식 채널을 통해 미국악어(아메리칸 크로커다일) 암컷이 수컷과 짝짓기 없이 알을 낳은 기묘한 사례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런 희한한 번식 방법이 공룡시대부터 전략적으로 시작됐을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 코스타리카에서 16년간 사육되던 암컷 악어가 단독으로 낳은 알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부화는 실패한 이 알에는 어미와 유전적 정보가 일치하는 암컷 새끼의 흔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전자 조사를 마친 연구팀은 암컷 악어가 수컷 없이 새끼를 만드는 단위생식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특이한 생식 전략이 동물의 진화에 대한 상식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대발견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악어의 단위생식이 확인됨에 따라 공룡도 그런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악어와 진화적 공통점이 많은 공룡은 번식과 진화, 멸종 등 중요한 정보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동물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악어와 새는 과거 주룡류로 불리던 이른바 지배파충류가 진화한 현생종으로 여겨진다"며 "이번 발견은 악어와 조류의 친척인 주룡류 역시 단위생식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단위생식은 무성생식의 한 종류다. 생식에 수컷 정자를 필요로 하는 암컷이 짝짓기 없이 알이나 새끼를 낳는 것을 의미한다. 단위생식은 보통 무리에 수컷이 없는 경우 이뤄진다고 여겨진다.
학자들은 식물이나 무척추동물이 단위생식을 한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알아냈다. 다만 몸 구조가 훨씬 복잡한 척추동물 암컷이 정자와 수정되지 않은 난자에서 자손을 본다는 사실을 학자들이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단위생식 사례가 새, 뱀, 도마뱀, 상어에 이어 악어에서도 관찰된 것은 이 방법이 엄연한 동물 번식 메커니즘의 하나임을 보여준다"며 "특히 단위생식이 계통이 먼 공통 조상들도 가졌던 특질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단위생식은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학자들은 단위생식한 알의 부화율이 3%로 극히 낮은 이유조차 아직 모른다. 척추동물의 단위생식 사례가 점차 늘면서 관련된 연구가 최근 활발해졌지만 아직 풀어야 할 미스터리가 산더미다.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멸종 위기종인 캘리포니아콘도르 암컷이 번식력을 가진 수컷과 정기적으로 접촉했음에도 단위생식해 학계가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에서는 건강한 수컷 여러 마리와 수조에 살던 제브라상어 암컷이 단위생식으로 알을 낳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