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에 출연한 중화권 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 59)의 극중 이름이 변경됐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이를 두고 규모가 큰 중국 영화시장을 의식한 디즈니의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조위의 극중 이름이 바뀌었다는 소문은 트위터를 통해 시작됐다. 최근 트위터에 올라온 ‘샹치’ 피규어 사진이 발단이다. 양조위 피규어를 보면, 이름이 당초 알려진 만다린이 아니라 웬우(WENWU, 文武)다.
만다린은 스텐 리와 돈 헥이 합작한 마블의 중국인 캐릭터로 1964년 ‘테일즈 오브 서스펜스(Tales of Suspense)’에 첫 등장했다. 상류층 출신인 만다린은 천재 과학자이자 무술의 달인으로, 추락한 우주선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반지 10개를 끼고 싸운다. 코믹스 설정 상 아이언맨의 숙적이며 샹치의 부친이자 텐 링스의 리더다. 마블 영화 ‘아이언맨3’에도 등장했다.
양조위의 이름이 바뀐 것을 두고 일각에선 디즈니가 중국 눈치를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조위가 ‘샹치’에 빌런 만다린으로 캐스팅될 무렵 중국 팬들은 자국을 모욕한다며 반발했다. 만다린이 ‘푸 만추’를 연상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푸 만추는 영국 작가 색스 로머의 소설 속 괴인으로, 서양에서는 아시아인을 차별할 때 거론되는 캐릭터다.
캐스팅 당시 중국 팬들은 양조위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고, 출연을 승낙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양조위의 아내이자 배우 류자링(유가령, 56)이 SNS를 통해 “과도한 비판은 삼가달라”고 호소할 정도였다.
웬우와 만다린이 같은 인물이므로 극중에서 이름을 혼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캐릭터 피규어에 만다린이란 언급이 아예 빠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이언맨3’에서는 만다린을 중국인이 아닌 벤 킹슬리(78)가 연기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더욱이 마블은 ‘아이언맨3’에 대한 중국 반발을 의식, 4분을 추가한 ‘중국 버전’을 따로 제작한 바 있다. 흥행을 원칙으로 하는 디즈니가 어지간히 중국 눈치를 본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9년 7월 제작을 알린 ‘샹치’는 중국계 캐나다인 배우 시무 리우가 주인공에 낙점될 무렵부터 중국 팬들의 반발을 샀다. 극중 캐릭터 피규어나 장난감을 통해 떡밥을 던지기로 유명한데, 레고가 용 세트를 선보이자 극중에 용이 등장하리라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