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세계 최초로 '우주 문화유산법'을 통과시켰다. 인류가 언젠가 정착해야할 우주 공간의 문화유산을 미리 지키는 법안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개리 피터스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지난 2019년 7월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16일 하원의 변경안 통과에 이어 20일 상원의 동의 등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하는 미국 기업 및 단체에 적용되는 이 법은 '작은 한걸음 법(One Small Step Act)'으로 불린다. 이는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이 지구에 보낸 첫 메시지에서 따왔다. 당시 닐 암스트롱은 "이것은 한 인간에 있어서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약진이다(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란 명언을 남겼다.

닐 암스트롱 <사진=pixabay>

우주 문화유산법은 일단 달에 초점을 맞췄다. 달 인공물의 역사적·과학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 법에 따라 앞으로 달에 가려는 미국 기업은 NASA와 상의, 착륙 경로 및 임무 지역을 조정해야 한다. 특히 아폴로11호를 비롯해 1969~1972년 사이 수행됐던 미국의 6차례 임무가 펼쳐졌던 장소는 '유지 구역(keep-out zones)'으로 설정, 훼손이 금지됐다. 이를 위반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미 하원의 과학·우주기술위원회 에디 버니스 존슨 의장은 "미국뿐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해 깊은 문화적, 역사적, 과학적 가치를 지닌 아폴로 유물의 보존을 오랫동안 옹호해 왔다"며 "NASA와 미국이 우주에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주에서 인간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이 법안은 그 자체로 리더십을 실천하는 작은 단계"라고 밝혔다.

이 법은 최근 달 탐험에 대한 국제적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등장했다. 미국은 2024년 달에 최초의 여성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도 2030년대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을 예고했다. 인도는 올해 안으로 달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1976년 이후 최초의 달 귀환 임무를 수행한 중국 역시 달 착륙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던 우주개발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가 뛰어들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pixabay>

우주 강대국 말고도 이제는 민간 기업까지 달로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50)의 스페이스X(Space X)를 비롯해 아이스페이스(ispace), 블루문(Blue Moon) 등이 달 탐험을 준비하고 있다. 아스트로보틱(Astrobotic)과 마스텐 스페이스 시스템(Masten Space Systems), 인튜이티브 머신(Intuitive Machines) 등도 NASA 임무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특정 국가의 소유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1967년 110개국이 비준한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에 따르면 모든 국가와 그 국민은 달의 모든 지역을 탐험하고 자유롭게 접근할 자유가 있다.

따라서 이번 법도 미국 이외에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이 가장 먼저 국제적인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번 법을 통과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주에서 인류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한 걸음'이 과연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을 보존할 수 있을까.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이번 법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달을 향한 각국의 우주개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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