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20광년 떨어진 태양과 비슷한 항성계에서 새로운 슈퍼 지구 후보가 특정됐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즉 해비터블 존에 자리한 이 행성은 20년 넘게 이어진 관측 활동의 성과로 기록됐다.
스페인 카나리아 천체물리학 연구소(IAC)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태양계와 닮은 항성계 에리다누스자리 82(HD 20794)의 가장 바깥쪽을 도는 행성 HD 20794 d를 새로운 슈퍼 지구 후보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우주개발 주체들이 주목해 온 HD 20794 d는 2022년 존재가 어렴풋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유럽남천천문대(ESO)가 운용하는 고성능 분광기 에스프레소(Echelle Spectrograph for Rocky Exoplanet- and Stable Spectroscopic Observations, ESPRESSO) 및 하프(High Accuracy Radial velocity Planet Searcher, HARPS)가 20년 이상 모은 관측 데이터를 분석, HD 20794 d가 주성의 해비터블 존을 돈다고 결론 내렸다.

IAC 관계자는 "HD 20794 d의 주성 HD 20794는 태양보다 질량이 약간 작고 지구에서 불과 20광년 거리에 있다"며 "태양과 비슷한 이 항성계에서는 HD 20794 b와 HD 20794 c 등 이미 슈퍼 지구 후보 둘이 10여 년 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분광계 정보의 분석 결과에 따라 그간 추측된 HD 20794 d의 정보는 상당 부분 수정될 것"이라며 "질량은 지구의 6배가량이며 공전 주기는 당초 생각됐던 90일이 아닌 647일"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HD 20794 d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해비터블 존에 자리하며 이론적으로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HD 20794 d의 궤도는 태양계 행성들과 달리 원형이 아닌 타원형이기 때문에 항성으로부터 거리가 크게 변동하며, 기후 변화가 상당할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IAC 관계자는 "물론 이 행성이 인류의 제2의 고향으로 낙점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인류의 행성 이주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지구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점, 특이한 궤도를 보이는 점 만으로도 연구 가치가 충분한 천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