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식물이나 곤충 먹이로 애용되는 밀웜을 사람 체온으로 키우는 독특한 의상이 등장했다. 밀웜은 환경오염의 주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능력이 최근 알려지면서 친환경적 활용법 연구가 활발하다.

‘인섹트 슈트(Inxect Suit)’로 명명된 이 의상은 해외 건축가 파벨스 리핀스가 개발했다. 우주복이나 방호복을 떠올리게 하는 인섹트 슈트는 인류와 지구를 플라스틱 오염 및 식량문제로부터 구해줄 밀웜을 사육하기 위해 제작됐다.

PVC 멤브레인 소재가 들어간 의상은 안감에 양모를 덧대 인체에서 발생하는 열이 흩어지는 것을 최소화했다. 밀폐 구조를 통해 착용자의 체온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습기가 모두 가슴팍에 장착된 투명 케이스로 운반된다.

반구형 케이스에는 플라스틱과 이를 분해하는 밀웜 여러 마리가 들어있다. 밀웜의 플라스틱 분해로 환경을 보호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밀웜을 통해 고품질 식용 단백질을 얻는 것이 이 의상의 주된 목적이다.

인섹트 슈트를 입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파벨스 리핀스 <사진=인섹트 슈트 공식 홈페이지>

파벨스 리핀스는 “인섹트 슈트는 인간의 체온과 밀웜을 동력원으로 하는 웨어러블 플라스틱 폐기 및 단백질 생산 시스템”이라며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환경오염과 인류가 직면한 식량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곤충 슈트”라고 소개했다.

이어 “의상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과 밀웜의 공생 관계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슈트는 비바람은 물론 방사선, 유해 폐기물, 병원균을 차단하므로 가혹한 환경에서도 착용자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밀웜은 갈색거저리의 애벌레로 길이 약 25㎜다. 언젠가 인류의 단백질 공급원이 되리라는 예측은 전부터 나왔는데, 2019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에서 밀웜이 플라스틱의 표준 수지 폴리스티렌에 포함된 유독 성분을 안전하게 분해하는 것이 확인되며 환경 측면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방사능과 오염 물질을 차단하는 구조의 인섹트 슈트. 가슴팍에 장착된 반구형 케이스에 플라스틱과 밀웜이 들어간다. <사진=인섹트 슈트 공식 홈페이지>

파벨스 리핀스는 “플라스틱을 분해한 밀웜은 단백질이 풍부한 대체육으로 얼마든 섭취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데다 밀웜 배설물은 비료나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제작자에 따르면 인섹트 슈트에 200g 분량의 밀웜을 넣고 체온과 습기를 공급할 경우 시간당 3~5㎎의 폴리스티렌 분해가 가능하다. 이는 밀웜 약 100마리로 하루에 폴리스티렌 39㎎을 분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밀웜의 친환경적 활용과 인간과 공생을 실현한 이 의상은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 ‘디자인 에듀케이트 어워드(Design Educates Award)’ 유니버설 디자인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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