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및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이 인간의 혈액 속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엄청나게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혈관을 타고 주요 장기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함께 제기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는 건강한 성인 22명(무작위 선발)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약 80%에 해당하는 17명에게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24일 발표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 속에 존재하는 5㎜ 이하의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나 파편을 의미한다. 이번 혈액 샘플 조사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크기는 그보다 훨씬 작은 0.0007~0.514㎜였다. 

연구팀 관계자는 “샘플 중 절반은 페트병 등에 쓰이는 PET, 3분의 1은 식품을 담는 용기나 포장에 쓰이는 폴리스틸렌, 4분의 1은 비닐봉지의 원료가 되는 폴리에틸렌”이라고 설명했다.

건강한 성인의 혈액에서 최소 0.0007㎜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사진=pixabay>

이어 “상기한 플라스틱이 한 명의 혈액에서 모두 검출되기도 했다”며 “이는 종류를 가리지 않는 플라스틱 입자들이 혈액을 통해 인체 내부를 이동하면서 내장 등에 쌓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찍어낸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들이 제대로 수거·재활용되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수많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토양과 바다, 강을 뒤덮고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괴롭히는 것은 오래된 문제지만 인간의 혈액에서 발견된 것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연구팀 관계자는 “미세 플라스틱은 사람이 먹는 식품, 물에 혼입되거나 공기 중에 떠다니다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다”며 “인간의 변, 특히 아기의 분변에서도 검출될 정도인 미세 플라스틱이 혈액을 타고 흐른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버려진 플라스틱 수거 작업이 벌어지지만 늘어나는 미세 플라스틱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사진=pixabay>

학계는 미세 플라스틱이 혈액을 통과해 장기에 도달하면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연구팀 역시 혈액뇌관문, 즉 혈액과 뇌 조직 사이에 존재하는 내피세포로 구성된 관문 등을 통과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연구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태아나 아기의 면역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적혈구 외막에 달라붙어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임신부의 태반에서도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은 폐에서 태아의 심장이나 뇌 등으로 손쉽게 통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미세 플라스틱이나 그보다 작은 나노 플라스틱의 발암성까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노약자, 특히 아기들은 화학물질과 그 입자에 취약하기 때문에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