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맹금류 수리부엉이가 우연히 풀려난 자연에서 자력으로 사냥에 성공, 관심이 집중됐다.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을 것으로 우려했던 시민들은 동물원이 수리부엉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은 18일 공식 SNS를 통해 이달 초 우리에서 풀려난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2주가 지난 현재 건강하며, 얼마 전에는 첫 사냥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컷인 플라코는 13년 전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사육사들의 관리를 받으며 자연은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이 수리부엉이는 지난 2일 누군가가 맹금류 우리를 파괴하면서 동물원을 탈출했다.
동물원은 얼마 안 가 플라코가 죽을 것으로 봤다. 동물 전문가들도 10년 넘게 사람 손에 자라 사냥법을 모르는 수리부엉이가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굶어죽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플라코는 센트럴파크 주변의 울창한 숲에 빠르게 적응했다. 산책이나 조깅을 하다 센트럴파크 여기저기서 우연히 플라코를 발견한 시민들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이 수리부엉이는 대번에 유명해졌다.
야생 조류를 다루는 트위터 'Manhattan Bird Alert' 계정에도 플라코의 사진과 영상이 여럿 올라왔다. 시민들이 플라코의 정보를 실시간 공유한 덕분에 사육사와 전문가들은 수리부엉이의 상태를 지켜볼 수 있었다.
수리부엉이가 굶지 않도록 주변에 먹이를 흘리고 관찰하던 사육사들은 지난 12일 플라코의 첫 사냥도 목격했다. 동물원은 "공원에 적응한 플라코는 본능에 눈 떠 첫 먹이 사냥에도 성공했다"며 "아직 어설프지만 다른 야생 동물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육사들은 다만 플라코를 다시 포획해 동물원으로 데려갈 계획을 세웠다. 쥐약을 먹은 설치류나 인간이 쓴 살충제에 노출된 먹이를 플라코가 사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통량이 많은 뉴욕의 특성상 야생 경험이 부족한 플라코에게 동물원이 더 안전하다는 게 동물원 판단이다.
시민들은 플라코가 자연에 적응하기를 바랐다. 온라인 서명 사이트 'Change.org'에서는 플라코를 자연에 그대로 두자는 시민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서명 게시자는 "플라코가 붙잡히면 좁다란 울타리로 돌아가게 된다"며 "이제 막 자연에 풀려난 플라코가 단 몇 주 만에 자유를 뺏기게 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시민들의 관심에 동물원도 한발 물러섰다. 동물원은 "그간의 관찰에 따르면 플라코는 공원에서 편안하게 지내며, 우리는 플라코가 이곳을 떠나도록 강제할 생각은 없다"며 "당분간은 플라코를 지켜보며 혹시 벌어질 상황에 대응하면서 계속 자연에 적응하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