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잃어버린 신전 연구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름 모를 목동이 남긴 낙서가 거대 신전을 의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테네시대학교 고고학자 머를 랭던 교수 연구팀은 미국고고학저널(American Journal of Archaeology, AJA) 6월 호에 실린 보고서를 통해 아크로폴리스의 사라진 신전을 가리키는 목동의 낙서를 소개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는 그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이 자리한 세계적인 고고학 유적이지만 아직 학자들이 풀지 못한 비밀이 많다. 연구팀은 최근 발견된 기원전 6세기 경 양치기 낙서가 파르테논 신전이 들어서기 전 아크로폴리스에 존재한 파괴된 신전의 힌트를 담았다고 보고 있다.
랭던 교수는 "새로 발견된 목동의 낙서는 아테네 남동쪽 20㎞에 자리한 바리의 대리석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며 "건축물을 묘사한 듯한 거친 그림과 글씨는 한눈에도 학자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교수는 "그리스어로 된 낙서 속 문자를 영어로 해독하면 'To Hekatompedon(헤카톰페돈)…Mikonos(미코노스)'가 된다"며 "미코노스는 목동의 이름, 헤카톰페돈은 100페돈을 의미한다. 페돈은 피트와 같으므로 낙서는 100피트(30m)에 달하는 신전을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고학에서 헤카톰페돈은 100척의 큰 건조물을 가리킨다. 연대 분석 결과 낙서가 기원전 6세기 것으로 확인됐으므로 기원전 450년 경 착공한 파르테논 신전보다 적어도 50년 오래됐다는 이야기가 된다.
랭던 교수는 "파르테논 신전은 아주 오래됐지만 가장 먼저 만들어진 아크로폴리스의 신전은 아니다"며 "이곳에 훨씬 오래전부터 신전이 있었다고 학자들은 생각해 왔지만 그 연대나 외관,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논쟁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어 "기원전 480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당시 페르시아군이 아테네에 침입해 아크로폴리스에 있던 건물을 모조리 파괴한 것은 역사적 손실"이라며 "페르시아군의 공격으로 먼지가 된 신전 중 하나를 목동이 낙서에 남긴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목동의 낙서는 문맹이 심하다고 여겨진 고대 그리스 양치기들이 글을 읽고 썼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랭던 교수는 "이번 유물 외에도 수년에 걸쳐 고대 그리스 목동들이 남긴 낙서가 많이 발굴됐다"며 "이들이 문서를 쓰고 읽고 공유했다는 것은 그리스 문명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