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닫힌 문을 심하게 긁거나 귀를 눕히고 불쾌하다는 투로 울어대는 상황은 집사들에게 익숙하다. 고양이는 틈새로 앞발을 들이밀거나 문고리를 붙잡아 문을 열 줄 알지만 완전히 닫힌 문 앞에서는 심한 짜증을 내곤 한다.
동물행동학자 카렌 수에다 박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고양이의 이런 행동에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다년간 고양이의 생태와 행동을 분석한 카렌 박사는 고양이가 닫힌 문을 싫어하는 첫 번째 이유가 포모증후군(FOMO Syndrome)이라고 설명했다.
포모(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다. 우리말로 하면 소외(고립)되는 데 대한 두려움이다. 포모증후군은 심적 또는 신체적으로 혼자만 덩그러니 방치된 듯한 기분에서 비롯된다.
카렌 박사는 "호기심이 왕성한 고양이는 문에 가로막히면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게 되며, 가서 보고 확인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며 "포모증후군은 고양이는 물론 인간 등 모든 동물의 생존 본능과도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식자인 고양이는 대형 육식동물에게는 먹잇감이기 때문에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잠재적 위험을 놓치지 않으려 진화했다"며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늘 인지하려는 고양이에게 문은 엄청난 장애물"이라고 덧붙였다.
영역을 통제하려는 고양이의 욕구 역시 문을 싫어하는 이유로 꼽혔다. 카렌 박사는 "고양이는 공간에 대한 접근이 자유로워야 하고 영역 통제욕이 상당히 강하다"며 "고양이가 사냥꾼인 동시에 사냥감이기도 한 생태계 내의 위치도 고양이의 성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박사는 "원래 고양이는 3C, 즉 선택사항(Choice)의 부재와 제어(Control) 불능, 변화(Change)를 극도로 싫어한다"며 "닫힌 문은 3C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고양이 입장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강조했다.
고양이와 집사의 관계성을 원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사료, 간식이나 장난감보다 인간과 교류를 선호했다. 즉 고양이는 닫힌 문을 인간과 교류를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장애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카렌 박사는 "고양이나 개는 인간과 달리 시간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문이 닫혀 있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이해하지 못하고, 중요한 영역이나 대상에 대한 접근이 영원히 차단됐다고 오해하기 때문에 집사들은 문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