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만3000년 전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동굴 바닥에 조각한 지도가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학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D 지도라고 관심을 보였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프랑스 시고넬 3 동굴(Segognole 3 cave) 유적 바닥에 만들어진 약 1만3000년 전 지도를 소개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것은 단순한 평면 지도가 아니라 바닥을 깎아 강이나 호수, 계곡, 산 등 주변 지형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연구팀은 후기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뛰어난 기술을 보여주는 이 유물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D 지도라고 평가했다.

현대의 지도는 정확한 축척이나 방향을 기본으로 해당 지역의 지형과 구조물을 상세하게 다룬다. 다만 축척에 대한 개념도, 항공사진도 없던 구석기시대에는 정밀한 지도를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이번에 발굴된 입체 지도는 시고넬 3 동굴 주변 에꼴강의 흐름과 저지대의 습지, 계곡의 경사 등 지형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조사를 이끈 앤서니 마일스 교수는 "에꼴강은 센강의 지류 중 하나로 당시 이 지역의 지형과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강 주변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여러 측면에서 보면 당시 사람들은 생활에 매우 중요한 물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동굴 바닥면에 지도를 만들었을 것"이라며 "에꼴강이 만들어낸 커다란 평야와 계곡 사면, 강이 범람할 경우의 수로를 재현한 지도는 실로 놀랍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시고넬 3 동굴의 지도가 당시 사람들이 지역의 지형이나 자연환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또한 동굴에서 나온 여러 조각품은 바닥 지도와 더불어 단순한 실용성을 넘어선 자연관과 생명관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교수는 "이번 발견은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지도(3000여 년 전 점토판 지도)의 기록을 무려 1만 년이나 앞선다"며 "더욱이 입체적인 3D 지도라는 점에서 인류가 가진 놀라운 기술과 지혜를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