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고기를 대체할 인공육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돼지 유전자를 심은 콩이 등장했다. 대체육의 대표적인 단점인 높은 가격과 거부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개발사는 강조했다.
영국 식품 스타트업 무렉(Moolec)은 4일 공식 SNS를 통해 돼지의 유전자를 심은 콩 '피기 소이(Piggy Soy)'를 소개했다. 이 콩은 동물의 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배양육이 대세를 이룬 최근 인공육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무렉은 기대했다.
무렉이 동물 유전자를 포함한 식물을 떠올린 이유는 배양육의 높은 가격이다. 세포 배양육은 고기 특유의 식감을 살리고 최근 지방질의 풍미까지 재현할 정도로 발달했지만 기존 고기의 2~3배가 훌쩍 넘는 가격이 장벽이다. 소비자들의 거부감 역시 아직 큰 편이다.
무렉은 누구나 먹는 값싼 콩에 눈을 돌렸다. 1세대 인공육 개발자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갈아 가공하면 고기의 식감을 조금이나마 재현할 수 있다고 봤는데, 무렉은 아예 돼지의 단백질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콩에 넣어버렸다.
회사 관계자는 "고기의 핵심은 단백질이다. 콩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본 과거의 학자들은 이른바 '콩 고기'를 만들어냈지만 조잡한 식감과 고기와 전혀 다른 맛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피기 소이'는 엄연히 일반 콩과 다르다. 분자농업 기술로 콩에 돼지 유전자를 내장해 식물이면서도 돼지의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가 식감과 맛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피기 소이'는 고급 돈육을 떠올리게 하는 연분홍색을 띤다. 회사 관계자는 "물론 우리가 만든 콩 자체가 돼지고기는 아니지만, 한 알에 든 단백질의 약 27%는 진짜 돼지 단백질"이라고 설명했다.
무렉은 현 단계에서는 자사의 분자농업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남아프리카 등지에서 분자농업 기술을 개발 중인 무렉은 작물 종자에 동물 단백질을 발현하는 독특한 기술의 특허를 이미 따냈다.
회사는 '피기 소이'를 콩을 키우는 기존 농법으로 얼마든 재배할 수 있고, 배양육 등 다른 대체육과 섞어 요리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무렉은 현재 '피기 소이'의 단백질 함량을 더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목표치에 도달한 뒤 시판을 고려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