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동물인 해파리는 아주 원시적인 생물이다. 눈과 코, 귀는 물론 심장과 뇌 등 주요 기관이 없으며 단지 본능적으로 헤엄치며 살아간다.

이런 해파리가 아주 오랜 세월 지구상에 생존한 비결은 뭘까. 미국의 연구팀은 최근 실험에서 해파리가 온몸에 분산된 신경들을 놀랍도록 조직적으로 연결·활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유전자를 조작해 빛나게 하는 방법으로 해파리 신경세포 활동을 실시간 관찰,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해파리의 신경세포 활동 관찰 실험에 동원된 클리티카 헤미스피리카(Clytia hemisphaerica) <사진=Sharif Mirshak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Plankton Chronicles - Clytia' 캡처>

칼텍 연구팀은 뇌가 없는 생물들이 천적의 위협을 알아채고 먹이활동에 나서는 데 오랜 기간 의문을 품었다. 그 비결이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라고 추측한 연구팀은 몸이 투명해 관찰이 용이한 해파리를 실험에 동원했다.

연구팀은 직경이 1㎝가량으로 아주 작은 클리티아 헤미스피리카(Clytia hemisphaerica)라는 해파리를 골랐다. 자체 개발한 유전자 조작 기술을 통해 해파리의 신경세포를 빛나게 했다. 이후 살아있는 해파리가 먹이활동을 할 때 체내 신경세포가 어떻게 움직이고 연동하는지 살폈다.

먹이를 촉수로 잡은 클리티아 헤미스피리카는 촉수 쪽의 우산, 즉 머리 부분을 안쪽으로 접어 입 쪽으로 가져갔다. 동시에 입을 촉수를 향해 구부려 보다 쉽게 먹이를 섭취했다. 이 과정에서 해파리 신경세포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위에서 본 클리티카 헤미스피리카. 우산 중앙에 입이, 가장자리에 촉수가 시계 위 숫자처럼 자리한다. 네 개의 타원형 생식샘도 보인다. <사진=B.Weissbourd·칼텍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우산이 안쪽으로 접힐 때 특정 신경 펩티드(신경 전달 기능을 함)를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활성화됐다”며 “촉수가 먹이를 잡으면 가장 가까운 신경세포가 반응하고 거기 해당하는 우산을 안쪽으로 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뇌가 없는 해파리가 방사형 우산의 한 귀퉁이만 접는 건 촉수의 움직임과 연결된 신경세포 덕분”이라며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는 해파리의 신경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연결돼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기능한다”고 덧붙였다.

해파리는 중추신경이 집중된 뇌 대신 분산형 신경을 가졌다. 몸 전체에 뇌가 흩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고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해파리의 생존 비결이다. 떨어져 나간 해파리의 입은 몸이 없어도 먹이를 먹는다. 칼텍 연구팀은 해파리가 촉수 하나하나로 상황을 감지하고 각각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우산 우측을 접어 촉수로 잡은 먹이를 입가로 옮기는 순간 <사진=칼텍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1000억개 넘는 뉴런을 가진 인간의 뇌 활동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자평했다. 우주에 비유되는 아주 복잡한 뇌 네트워크가 어떻게 연동돼 하나로 정리된 기능을 구현하는지 신경과학자들은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실험 관계자는 “신경의 기본 기능이 모든 동물에 공통된 것인지, 또는 초기 생물의 신경계는 어떤 형태였는지 다양한 종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해답을 얻을 수 있다”며 “해파리를 응용한 신경세포 연구는 시작 단계로, 향후 먹이활동 외의 상황들을 더 관찰해 복잡한 동물 신경계를 이해할 힌트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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