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서 발굴된 고대 듀공의 화석에서 두 차례의 끔찍한 사냥 흔적이 발견됐다. 현생종 매너티와 마찬가지로 바다소의 일종인 듀공은 기원전 5600만 년 전 에오세에 출현해 지금껏 생존한 오래된 동물이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알도 팔로미노 박사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상어 및 악어류의 습격을 받고 목숨을 잃은 듀공 화석의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이 들여다본 화석은 2019년 베네수엘라 북서부 아구아 클라라 지층에서 발굴됐다. 두개골 일부와 척추를 구성하는 뼈 18개로 이뤄진 화석은 지금까지 우루마코박물관에 전시됐는데, 이번 연구에서 물린 자국이 새롭게 발견됐다.

연구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악어가 듀공을 공격하는 상황을 재현한 일러스트 <사진=취리히대학교 공식 홈페이지·Jaime Bran Sarmiento>

알도 박사는 "자세히 관찰해 보니 이빨 자국은 모양과 깊이, 뼈를 파고든 각도에 따라 세 그룹으로 구분됐다"며 "두 그룹의 흔적은 악어류의 이빨 자국과 일치했다. 특히 파충류가 먹이를 해체할 목적으로 물고 심하게 비트는 데스 롤(death roll)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박사는 "나머지 물린 자국은 앞선 두 그룹과 전혀 달랐다'며 "다각도로 연구한 결과, 갈레오케르도 아당쿠스(Galeocerdo aduncus)라는 족제비상어의 고대 친척에 의한 상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대 악어와 족제비상어의 공격은 시차를 두고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알도 박사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악어류가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고, 그 후 상어가 듀공의 시체를 먹으러 나타났다는 것"이라며 "표본이 워낙 적고 이빨 자국도 많지는 않아 다른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듀공의 화석과 신체 분포도. 화석 상세 사진에는 악어와 상어의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사진=취리히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이처럼 천적에 물린 자국이 남은 고생물의 화석은 오래전 지구상의 동물들이 서로를 어떻게 잡아먹었는지 귀중한 지식을 제공한다"며 "이번 듀공 화석과 같은 샘플은 고대 대형 육식동물의 사냥과 먹잇감들의 관계를 어렴풋하게나마 연결해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고대 먹이사슬 안에서 듀공의 중요성을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학자들은 듀공이 매너티와 더불어 인간의 욕심으로 멸종 위기에 몰린 만큼, 개체 유지와 서식지 확대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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