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한 프로이트는 저서 '꿈의 해석(Die Traumdeutung)'에서 꿈이 사람의 내면을 비춘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꿈의 연결고리에 대한 이 흥미로운 이론은 꿈의 해석, 즉 해몽과도 관계가 깊다. 꿈 속에서 죽은 가족이 들려준 불길한 경고가 며칠 뒤 현실이 됐다는 이야기는 딱 봐도 지어낸 것같지만 실제로 경험하는 사람도 적잖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꿈의 연속성 가설(continuity hypothesis of dreams)'에 따르면 꿈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일의 연장이며,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것들과 꿈은 서로 영향을 준다. 이를 정설로 보는 학자들은 자의식을 향상시키고 잠재적 감정을 파악하거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을 마주보는 심리치료에 이 가설을 응용한다. 무의식에서 발현되는 꿈 속에서 환자만이 알고 있는 트라우마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pixabay>

우리가 매일 꾸는 꿈에 대한 연구는 실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꿈은 사람의 내면과 체험을 반영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실증하려는 시도가 많다. 로마 트레대학과 노키아 벨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은 프로이트의 가설을 꿈 알고리즘을 사용해 확인하려 했다. 

실험에 동원된 알고리즘은 2만4000개 넘는 꿈을 담았다. 1930년부터 2017년까지 다양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꿈으로 채워졌다. 연구팀은 꿈 속에 누가 등장했는지(등장인물), 어떤 일을 했는지(사회적 상호작용), 그것을 어떻게 느꼈는지(감정) 등 3개 요소를 바탕으로 꿈 내용을 해석했다. 구체적으로 꿈을 설명한 글 중 명사나 동사를 검출해 그 단어들의 성향, 일테면 온화한 표현인지, 아니면 사납거나 불길한 것인지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꿈에는 해당 인물의 일상이 반영돼 있었다는 결론 내렸다. 꿈이 꿈꾸는 사람의 일상을 비춘 것이라면 성별, 나이, 직업, 현재 상황, 인종, 지역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그 내용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연구팀 생각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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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관계자는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대의 여성은 또래 남성보다 감상적인 표현을 쓴다거나 군인은 일반인보다 과격하고 통제된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60년대 미국의 범죄율이 굉장히 높았는데, 이 상황에 해당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단어 역시 범죄나 두려움 등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꿈은 현실과 상호 작용한다고 봤을 때, 꿈에서 등장한 내용들이 일상에서도 실현되는 지에 대한 궁금증도 매우 크다"며 "이는 해몽의 영역으로,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담으로, 해몽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은 고대로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며, 국경을 초월한다. 아주 다양한  지역의 신화 속에 해몽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다. 주로 사람의 꿈 속에 천사나 악마가 나타나 상서롭거나 아주 불길한 이야기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 식이다. 구약성서에도 신의 게시가 등장하며, 유대법전에는 꿈을 해석하는 자에 대한 언급이 남아있다.  

해당 실험 결과는 지난달 말 영국왕립오픈사이언스학회지(Royal Society Open Science)에도 게재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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