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울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은 1만6800년 전 구석기시대 동굴 주거지가 발견됐다. 학자들은 선사시대를 재조명할 유물이 많은 점에 주목했다.
스페인 칸타브리아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12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산사태 때문에 입구가 막힌 구석기시대 인간의 동굴 주거지를 소개했다.
유적이 자리한 곳은 스페인 라 갈마(La Garma) 동굴이다. 지하의 여러 층을 오르내리는 복잡한 통로를 가진 이 동굴을 조사하던 연구팀은 약 1만6800년 전 선사시대 인류가 주거지로 이용한 공간을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곳에 거주한 인류는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대륙에 널리 분포한 수렵채집민족"이라며 "보존 상태가 극히 좋은 구석기시대 인간의 주거지는 아주 드물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의 구석기시대 주거지 중 가장 잘 보존된 이 유적은 타원형이며 약 5㎡(약 1.5평)"라며 "선사시대를 조명할 유물이 많이 남아 연구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당시 인류가 거주지 중앙에 작은 모닥불을 피웠고 돌이나 동물의 뼈, 사슴뿔로 도구를 만들고 모피를 가공한 점을 파악했다. 연대는 토양 분석 및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이 동굴에서는 다양한 벽화와 화석은 물론 사슴과 말, 들소의 뼈로 만든 도구와 장신구, 부싯돌 등 4000여 점의 유물이 나왔다"며 "잘 보존된 고대인 주거지까지 확인된 만큼 라 갈마 동굴의 고고학적 가치는 한층 커졌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새로 발견된 주거지를 포함, 동굴에서 오록스 뼈를 가공한 도구가 많은 점에 주목했다. 오록스는 17세기까지 생존한 유럽 지역의 고대 포유류로 가축화한 소의 조상이다. 일부 학자는 오록스의 뼈를 이용한 인류 최초의 예술 작품이 여기서 나왔다고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 구석기시대는 중석기시대로 옮겨갔고, 인류는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사냥하던 동물 상당수가 멸종했기 때문"이라며 "라 갈마에 머물던 고대인은 동굴 입구가 산사태로 막혀 이곳에서 삶을 마감했고, 입구가 사라진 덕에 유적은 바로 어제까지 사용된 것처럼 잘 보존된 것"이라고 말했다.
칸타브리아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내년 2월 스페인 국립 고고학박물관에서 학술회를 갖고 라 갈마 구석기시대 거주지에 대한 발굴 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