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보노보(피그미침팬지)는 수십 년이 지나도 가족과 친구들을 기억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장류의 기억력이 단순한 피아 구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일본 교토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찰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장기간 침팬지 및 보노보를 관찰한 끝에 영장류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친한 동료나 가족을 인식한다고 확인했다.

연구팀은 일본 구마모토 보호구역과 영국 에든버러 및 벨기에 플랑켄달 동물원의 침팬지와 보노보 46마리를 장기간 들여다봤다. 그 결과 구마모토 보호구역의 보노보 루이즈(수컷, 46세)는 1995년 이후 줄곧 만나지 않은 여동생과 조카의 얼굴을 기억했다.

침팬지나 보노보 등 영장류는 오래 떨어져 지낸 동료나 가족을 분명히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이는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 확인된 사회적 기억으로는 최장 기록"이라며 "우리 인간이 어떻게 다양한 얼굴을 오랫동안 기억하도록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힌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실험은 컴퓨터에 익숙한 침팬지나 보노보가 화면에 나란히 나타난 사진 2장을 보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 장은 전혀 모르는 개체, 다른 한 장은 과거 1년 넘게 함께 생활한 동료나 친족 사진이었다.

영장류의 타 개체 인식 실험 <사진=교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정밀한 시선추적 도구를 사용해 침팬지나 보노보가 어느 쪽 사진을 보는지 관찰한 연구팀은 이들이 전혀 모르는 상대보다 오랜 친구나 친척을 더 오래 쳐다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 관계자는 "침팬지나 보노보는 오랫동안 친한 동료나 가족을 인간처럼 기억하는 것이 증명됐다"며 "인간 이외의 동물들의 사회생활이나 기억이 그리 고도화되지 않았다고 봤던 생각은 바뀌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기억력과 사회성은 영장류의 생존 전략이 진화한 결과일지 모른다. <사진=pixabay>

2013년 실험에서는 20년 동안 만나지 않은 동료의 울음소리를 돌고래가 인식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12년이나 떨어져 지낸 코끼리 어미와 새끼가 서로의 냄새를 알아차리는 실험 결과도 최근 공개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침팬지와 보노보가 상대의 얼굴을 장기적으로 기억하는 능력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위한 진화의 산물로 생각된다"며 "이런 점을 인간이 그대로 물려받아 현재의 광대한 사회 네트워크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