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시대가 시작된 결정적인 이유는 약 1만2800년 전 지구 상공에서 일어난 거대한 혜성의 폭발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UCSB)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약 1만2800년 전 시리아의 텔 아부 후레이라 지역을 강타한 혜성의 공중 폭발 후 농경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주장했다.
텔 아부 후레이라는 농업의 기원으로 알려진 비옥한 초승달 지대 유프라테스 강과 가까운 고대 유적지다. 이곳을 정밀 조사한 연구팀은 공중에서 혜성이 폭발해 파편이 흩어진 후 기후가 변하면서 사람들이 수렵채집을 버리고 농경·목축에 눈을 떴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를 이끈 UCSB 지질학자 제임스 케넷 교수는 "텔 아부 후레이라 지역의 대부분은 현재 호수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며 "수몰 전 입수한 지층과 유물을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분석하자 약 1만2800년 전 지층에서 고온에서 녹은 광물 및 이리듐과 백금이 고농도로 검출됐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지층의 식물 품종 변화를 추가 조사한 결과 따뜻하고 습한 기후에서 자라는 야생 콩과 식물, 배 등 과실이 1만2800년 전을 기점으로 없어졌다"며 "사람들은 대신 보리나 밀, 콩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혜성의 파편이 쏟아진 이후 건조한 기후에 강한 식물의 재배가 증가했고 양 등 가축화를 시작한 흔적도 일부 확인됐다. 이로 미뤄 연구팀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고대인들이 수렵채집 대신 농경시대를 열었다는 입장이다.
케넷 교수는 "그 무렵 지구의 기후는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추워진 한랭기는 1000년 이상 계속됐고 많은 대형 포유류가 죽었다고 여겨지는데, 이런 추위를 몰고 온 것이 아마 혜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텔 아부 후레이라 지층에서는 2000℃ 이상에서 녹은 석영 등 광물과 급격한 가열과 냉각으로 인한 다이아몬드 미립자, 녹은 뼈 등이 잇따라 발견됐다"며 "이런 고온·고압 물질은 화산 분화나 산불, 화재가 아닌 혜성의 공중 폭발에 의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혜성 폭발로 지구 대기가 먼지와 그을음으로 덮여 태양광이 가려진 것이 한랭기의 결정적 이유라고 보고 있다. 폭발의 열기로 빙상이 녹고 해양의 열 순환이 바뀐 점도 지구 기온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분석했다. 즉, 기존 방법으로 식량을 얻기 어려워진 인류가 생존을 위해 농경을 택했다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