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영향은 결국 고스란히 사람이 받게 돼 있다. 미국의 민물고기가 심각한 담수 오염에 노출됐으며, 한 마리를 섭취할 경우 오폐수를 한 달 내내 마시는 것과 같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학교는 28일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에 낸 논문에서 미국의 하천 및 호수 물의 샘플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조사는 비영리단체 'Environmental Working Group(EWG)'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양측 연구팀은 자연 상태의 어류가 얼마나 오염됐으며, 위험 물질을 얼마나 확산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2013~2015년 미국 각지에서 채취한 담수 샘플 500개 이상을 분석한 결과, 민물고기 1㎏ 당 9500나노그램(ng)의 유기불소화합물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유기불소화합물이란 불소를 함유한 유기화합물로, 유기불소제라고도 한다. 과불화옥탄산(PFOA)이나 과불화옥탄술폰산(PFOS) 등 요즘 뉴스에서 자주 다루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PFOA와 PFOS는 일상적으로 쓰는 프라이팬이나 일회용 음식 용기의 코팅제로 활용돼 왔는데, 발암물질이란 사실이 확인되면서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연구에서 오염된 담수에 노출된 민물고기의 4분의 3에서 인체에 해로운 PFOS이 검출됐다. 이런 생선을 단 한 마리 먹는 것만으로도 PFOS가 48ppt 든 오염수를 한 달간 계속 마시는 것과 맞먹는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정한 적정 음용수의 PFOS 기준치가 0.02ppt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염된 담수는 PFOS가 2400배나 든 셈이다.
조사 관계자는 "현존하는 가장 최신의 광범위한 담수 샘플이 2015년 것이므로 현재의 담수 오염도는 더 심각할 것"이라며 "PFOS는 순환기에 악영향을 주고 최근 간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담수어들이 유해한 화합물에 노출된 원인이 산업폐기물에 의한 수질오염이라는 입장이다. PFOS 같은 유기불소화합물을 제조해 사용한 기업들은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는데도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의 환경학자들도 이번 연구를 계기로 기업들의 태도나 규제가 일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리버풀존무어스대학교 환경학자 패트릭 번 박사는 "유기불소화합물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화학적 위협일 것"이라며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직접 유기불소화합물이 전달되는 첫 증거로, 아주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유기불소화합물은 세계 여러 국가가 참가하는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에 관한 스톡홀름 협약(POPs 협약)'에 따라 사용은 물론 제조, 수출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PFOA나 PFOS는 심각성이 드러난 이후 모두 이 협약이 금지한 화합물들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