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聖水, Holy Water)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를 실증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다. 신의 축복과 가호를 받은 성수는 영화에서 악령을 퇴치할 때 특효약으로 묘사돼 왔다. 과연 성수는 악을 정화하는 놀라운 힘을 가졌을까.
근래 들어 가장 유명한 성수 실험은 콜롬비아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7월, 콜롬비아 서북부의 항구도시 부에나벤투라에서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도시 전체에 성수를 뿌리는 사상 초유의 프로젝트가 마련됐다.
부에나벤투라의 성수 살포는 루벤 다리오 야라밀로 몬토야 주교의 생각이었다. 주교는 지역에 악령에 의한 흉사가 잇따르는 데 불안을 느끼고 성수를 동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일반인의 관심 밖이지만 종교계에서는 악령에 대한 모니터링을 꾸준히 실시한다. 최근 카톨릭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악령의 활동이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바티칸에서는 매년 엑소시즘(퇴마)에 관한 토론과 강좌, 교육을 강화해왔다. 10여년 전부터는 아예 전문 엑소시스트를 양성하고 있다.
몬토야 주교 역시 부에나벤투라 지역의 악령이 전에 없이 세력을 키운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다른 지역에 비해 불안한 치안, 계속되는 흉악범죄를 들었다.
실제로 영국 일간 미러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이 지역에서 벌어진 범죄사건으로 모두 51명이 사망했다. 살인 피해자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희생자 중에는 10세 여아도 있었다. 가해자는 숙부로, 현재 수감돼 복역 중이다.
대규모 퇴마의식에 대해 몬토야 주교는 "부에나벤투라 전체가 악령에 쫓기는 상황"이라며 "강력범죄, 도시의 파괴행위, 항구를 통한 마약밀매 등 악의 세력확장으로부터 평화를 되찾기 위해 의식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주교는 대규모 성수 살포를 위해 콜롬비아 해군으로부터 헬리콥터까지 지원 받았다. 세계적 주목을 받은 퇴마의식은 부에나벤투라의 마을 수호성인을 기리는 7월 13~14일 치러졌다.
그렇다면 몬토야 주교의 설명대로 퇴마 효과는 대단했을까. 이에 대해 주교는 "성수의 효과는 서서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성수는 카톨릭에서 악을 씻어내는 중요한 성물로 여겨진다. 성모발현으로 유명한 프랑스 '루루드 샘'처럼 신의 축복을 받거나 성스러운 기운을 띠는 샘의 물이다. 성당 입구에 신도들의 손을 씻는 성수대가 마련되는 것은 '정화'의 능력을 의미한다.
사실 성수의 능력은 영화를 통해 크게 부풀려졌다. 성수가 몸에 닿자마자 악령의 살이 타들어가는 장면은 이미 영화팬들 사이에 익숙하다. 키아누 리브스의 대표작 '콘스탄틴'에서는 축복 받은 은십자가를 물탱크에 넣고 대량의 성수를 만들어 스프링클러를 통해 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아직 영화 속 장면처럼 성수가 악령 퇴치에 즉효약이라는 증거는 확실히 잡히지 않았다. 몬토야 주교 역시 헬리콥터를 동원한 성수 살포를 '실험'으로 간주했을 정도다. 콜롬비아 부에나벤투라의 성수 살포로부터 딱 1년이 지난 현재, 흉악범죄가 얼마나 줄었는지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