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과 관계 끊을 생각은 없다.”

미국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20년 넘게 손을 잡아온 크리스토퍼 놀란(51) 감독과 계속 작업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토비 에머리히(58) 워너브러더스픽처스 회장은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놀란 감독과 파트너십이 계속되길 원한다고 언급했다.

인터뷰에서 토비 에머리히 회장은 “지난해 극장 상영과 OTT 스트리밍을 겸하는 워너 방침에 놀란이 크게 반발했지만 우리와 관계가 이대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놀란의 차기작이 어떤 영화이고 어떻게 제작될지는 감독 본인만이 안다”면서도 “여전히 워너브러더스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서비스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 개봉 방식을 놓고 워너와 마찰을 빚은 크리스토퍼 놀란 <사진=영화 '인셉션' 프로모션 스틸>

크리스토퍼 놀란은 2002년 영화 ‘인썸니아’를 계기로 워너브러더스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다. ‘다크나이트’ 3부작을 비롯해 ‘인셉션’과 ‘덩케르크’, 지난해 ‘테넷’까지 워너브러더스와 합작했다.

돈독했던 사이가 틀어진 건 지난해 12월 발표한 워너의 새 서비스 방침이다. 워너는 향후 개봉할 ‘매트릭스4’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모든 영화를 극장은 물론 OTT 플랫폼인 HBO맥스로 동시 공개한다고 선언했다.

아이맥스 포맷 촬영을 고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당연히 워너의 방침은 그를 상당히 자극했다. “가장 위대한 스튜디오와 일한다는 생각에 잠들었는데 깨보니 형편없는 OTT 업체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감독의 비판은 워너에 받은 충격과 상처를 여실히 보여준다. 놀란의 발언 직후 업계에선 양측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인썸니아' 촬영 당시 고 로빈 윌리엄스(왼쪽)와 이야기하는 놀란 감독 <사진=영화 '인썸니아' 프로모션 스틸>

놀란과 워너의 불화설은 그간 몇 차례 제기됐지만 지난해 여름 본격적으로 이슈가 됐다. 감독이 신작 ‘테넷’의 극장 개봉을 강행했을 때 내부에서 흘러나온 비판이 양측 불화설에 기름을 부었다. 워너브러더스그룹을 소유한 존 스탠키(59) AT&T 회장은 ‘테넷’의 흥행성적이 예상을 밑돌자 “스코어만 보면 ‘테닛’이 결코 홈런을 쳤다고 볼 수 없다”고 비꼬았다.

일각에선 놀란이 코로나 여파로 인한 영화 소비행태 변화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그가 리얼리티를 고집하는 몇 안 되는 거장이란 점에서 응원을 보내는 팬도 상당하다. 

토비 에머리히 회장의 이번 인터뷰에 대해 놀란 감독은 공식 멘트를 내지 않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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