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정보를 편집한 아이를 탄생시켜 파장을 일으킨 중국 과학자의 근황이 오랜만에 전해졌다. 우성 인간을 만들어내는 영화 '가타카' 속 디스토피아를 떠올리게 만든 이 학자는 게놈 편집을 거친 아이들이 현재 잘 자라고 있으며, 어른이 되더라도 건강 상태를 계속 관찰할 의향을 드러냈다.
중국 난팡과기대학교 부교수 허젠쿠이(하건규, 39)는 최근 홍콩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유전자 정보 편집으로 탄생한 아이들이 현재 문제없이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젠쿠이는 자신의 연구 분야인 게놈 편집 기술을 이용해 아이들이 우성 인간으로 태어나도록 조작했다. 이런 방법으로 2018년 쌍둥이를 포함해 아이 3명이 탄생하자 학계는 허젠쿠이를 영구 파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물학계는 허젠쿠이의 행각을 '가타카'에 빗댔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병에 걸리지 않고 영리하며 운동 및 예술 감각까지 뛰어난 만능형 인간을 뽑아내는 앤드류 니콜(58) 감독의 걸작 '가타카'가 현실이 됐다며 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1997년 공개된 '가타카'는 열성으로 태어났지만 인생 역전을 노리는 빈센트(에단 호크)의 이야기다. 토성을 탐험하는 우주비행사가 꿈인 빈센트는 출중한 실력에도 유전자 정보로 나뉘어버린 신분이 불만이다. '가타카'는 제롬(주드 로)과 공모해 우성의 삶을 도둑질하는 빈센트를 통해 어떤 요소에 따라 사람의 신분을 나누는 세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결국 허젠쿠이는 아이들의 유전자를 임의로 변형시킨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출소한 그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하면서 유전자 편집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실제로 허젠쿠이가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 한편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폭넓게 허용하자는 반론도 나온다. 중국은 물론 대부분의 국가는 아이 유전자를 임의 조작하는 것을 엄금하지만, 사람이 치명적인 질병을 안고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허용하자는 주장도 계속된다.
사실 크리스퍼(CRISPR)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은 연구가 상당히 활발하다. 각종 동물 실험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들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머지않아 유전자 편집을 통해 우성 아이를 만들어내는 시도가 이어지리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어차피 기술은 '가타카'가 현실이 되는 쪽으로 발달하고 있기에, 디스토피아를 막으려면 철저한 감시가 유일한 대책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