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 때 사용한 향유의 구성 성분이 학자들의 노력으로 밝혀졌다.
덴마크 모에스고르 박물관은 7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고대 이집트 미라에 사용된 향유 레시피를 들여다보고 실제 향을 접하는 특별한 전시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이 이런 전시를 준비하는 이유는 최근 학자들이 이집트 미라의 향유 성분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이 참가한 국제 연구팀은 기원전 1450년 경의 것으로 여겨지는 고대 이집트 귀부인의 미라 제작에 들어간 향유의 성분을 오랜 연구 끝에 밝혀냈다.
연구팀은 아멘호테프 2세를 키운 유모 세넷네이의 미라에 사용된 카노푸스 단지를 정밀 분석했다. 이 단지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죽은 사람의 장기를 보관한 도구다. 단지의 향유 잔재를 채취한 연구팀은 구성 물질의 특정은 물론 재현까지 성공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집트인들은 망자를 영원히 보존하기 위한 미라 기술을 무려 4000년 가까이 지속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고대 이집트의 방부 기술은 대단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다. 그 핵심인 향유의 정체를 알았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고대 이집트 역사를 기술한 문헌은 많지만 신성한 미라화 과정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미라를 상징하는 향유 레시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는데, 화학 조성 분석 기술로 '사후 세계의 향'을 재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세넷네이는 신왕국 이집트 제18왕조의 일곱 번째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의 유모였기에 지위가 아주 높았다. 왕가의 계곡에 묻힐 만큼 생전의 공적을 널리 인정받았다. 미라화 당시 세넷네이의 장기는 카노푸스 단지 4개에 나눠 담겼고, 보존을 위해 최고급 향유가 사용됐다.
조사 관계자는 "세넷네이의 카노푸스 단지는 1900년 발굴됐지만 향유 성분이 밝혀지기까지 무려 120년이 넘게 걸렸다"며 "진보한 화학 성분 분석 기술이 없었다면 고대 이집트인들의 미라화 기술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았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방법은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로, 기화하기 쉬운 화합물의 분석에 유용하다. 이와 함께 질량분석을 조합해 세넷네이의 폐와 간이 담긴 단지 2개에서 향유 샘플 6종을 채취했다.
그 결과 같은 시기 다른 미라에 사용된 향유보다 더 정교한 조성이 드러났는데, 밀랍과 식물을 짜 만든 기름, 동물성 지방, 천연 아스팔트, 침엽수 수지가 미라 보존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이집트인들은 유기 화합물의 일종인 쿠마린까지 사용해 은은한 향을 냈다.
조사 관계자는 "세넷네이의 지위가 아주 높았기에 당시 방부 처리를 맡은 이들은 라릭솔 등 향유의 일부 성분을 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구는 미라화 기술의 발견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이 개인별 또는 장기별로 서로 다른 향유 레시피를 개발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인들이 고귀한 인물의 미라화를 위해 일부 재료를 수입한 정황은 이전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카이로아메리칸대학교 연구팀은 2021년 보고서에서 고관대작의 미라화를 위해 이집트인들이 외국에서 최고급 레진을 수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