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상어에 올라탄 채 유유히 이동하는 믿기 힘든 장면이 포착됐다. 다른 종에 얹혀 이동하는 생물은 극히 드물어 학계의 시선이 쏠렸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해양생물학자 로첼 콘스탄틴 교수 연구팀은 1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청상아리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문어의 영상을 소개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신기한 상황은 뉴질랜드 하우라키 만에서 최근 목격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콘스탄틴 교수는 “두족류를 대표하는 문어는 지능이 높은 동물로 잘 알려졌는데 상어류 중에서도 가장 빠른 청상아리를 타고 이동한다니 놀랍다”고 전했다.

교수는 “청상아리는 시속 70~80㎞로 헤엄치는 상당히 빠른 상어”라며 “문어는 빨판을 이용한 듯 상어의 머리 위에 단단히 붙어 꿈쩍도 안 했다”고 덧붙였다.
문어는 보통 해저에 서식한다. 이와 달리 청상아리는 외양의 중층을 헤엄치기 때문에 사냥 등 의도적인 활동이 아니라면 양쪽이 접촉할 일은 많지 않다. 영상과 사진을 접한 학자들은 문어가 왜 상어에 올라탔는지 다양한 추측을 내놨다.
콘스탄틴 교수는 “몸길이 최대 4m, 체중 약 600㎏이나 되는 청상아리는 몸집에 비해 기동력이 상당히 좋아 순간적으로 시속 100㎞를 낸다”며 “청상아리는 이 속도를 살려 가다랑어나 고등어, 오징어, 문어 등을 사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수면 가까이 떠오른 문어가 운 나쁘게 청상아리의 눈에 띄었고,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고 머리에 매달렸을 수 있다”며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이라고 말했다.
청상아리는 문어만큼이나 지능이 뛰어나고 사냥감을 확실히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재빨리 먹잇감에 접근해 순식간에 날카로운 이빨로 숨통을 끊는 청상아리의 사냥 스타일은 다른 상어에 관찰되지 않는 특징이다.

콘스탄틴 교수는 “문어는 청상아리의 공격을 순식간에 피해 상어의 입이 닿지 않는 머리에 들러붙었는지도 모른다”며 “오래 수생생물들을 연구했지만 바다는 아직도 많은 수수께끼를 가진 세계”라고 언급했다.
생물이 다른 종의 몸에 무임승차해 이동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 곤충학자 요람 즈빅 교수는 지난해 2월 낸 조사 보고서에서 전갈 몸에 들러붙어 목적지까지 이동한 뒤 떨어지는 의갈목 곤충을 발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