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품은 운석 ‘블랙 뷰티(Black Beauty)’의 기원이 처음으로 특정됐다. ‘블랙뷰티’가 발견된 지 11년 만에 대략적인 나이도 밝혀졌다.

호주 커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소개된 논문에서 ‘블랙 뷰티’가 화성 남반구의 거대 크레이터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을 동원, 운석의 기원을 분석한 연구팀은 ‘블랙 뷰티’의 기원이 화성 남반구 테라 시메리아(Terra Cimmeria) 인근 사이레넘(Sirenum) 지역 카라타 크레이터(Karratha crater)임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블랙 뷰티’의 정확한 기원과 나이를 알아내기 위해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AI 머신을 동원했다. AI는 화성 표면에서 발견된 무려 9400만개의 크레이터 크기와 분포를 분석했다. 수많은 크레이터 정보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화성 정찰 궤도선(Mars Reconnaissance Orbiter, MRO)이 수집했다. 

2011년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된 '블랙 뷰티'. 최근 연구에서 이 화성 운석의 나이가 45억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AI는 화성 표면의 크레이터들 중 ‘블랙 뷰티’의 기원일 가능성이 높은 후보지 19개를 압축했다. 이후에도 ‘블랙 뷰티’의 특징과 일치하는 크레이터를 특정한 결과, 최종적으로 ‘카라타 크레이터’를 지목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블랙 뷰티’의 기원을 밝히는 것은 화성 초기 지질학적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블랙 뷰티’에 45억년 전 생성된 화성 광물 일부가 섞인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고 전했다.

코드 ‘NWA7034’로 불리는 ‘블랙 뷰티’는 2011년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된 무게 320g 짜리 운석이다. 겉은 검고 속은 마치 바다처럼 푸르다고 해서 ‘블랙 뷰티’로 명명됐다.

발견 2년째가 되던 2013년, 학자들은 ‘블랙 뷰티’가 화성의 가장 최근 지질연대에 해당하는 아마조니안 초기, 즉 21억년 전 생성됐다고 추측했다. 특히 화성의 다른 운석에 비해 물 분자가 최고 10배 많다는 발표가 나와 관심이 집중됐다.

'블랙 뷰티'의 기원으로 특정된 화성의 '카라타 크레이터' <사진=NASA·MRO 공식 홈페이지>

커틴대학교 연구팀 조사에서 ‘블랙 뷰티’의 나이가 지금까지 측정된 화성 운석들 중 가장 많은 약 45억년이라는 사실에 학계는 흥분했다. 이는 ‘블랙 뷰티’가 화성 자체의 연령과 거의 같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블랙 뷰티’는 500만~1000만년 전 화성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지구로 방출됐을 것”이라며 “이 운석은 여러 유형의 암석이 함께 붙어 굳어진 각력암으로, 이런 유형의 운석은 지구에 ‘블랙 뷰티’ 딱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라타 크레이터’ 주변을 분석할 수만 있다면 화성 초기 생성에 얽힌 비밀이 여럿 드러날지 모른다”며 “현재로서는 이 크레이터로부터 떨어져 나온 ‘블랙 뷰티’ 운석을 면밀히 조사해 화성의 오래된 역사를 알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성 운석 '블랙 뷰티'의 나이와 기원을 특정하는 데 도움을 준 화성 정찰 궤도선(MRO). MRO 미션을 연장한 NASA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천문학자들은 지구를 포함한 행성의 초기 진화 과정을 거의 알지 못한다. 더욱이 지구는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에 입각했을 때 지각 변동 및 침식이 진행 중이므로 진화에 관련된 오래된 암석 등 증거를 찾기 어렵다.

연구팀은 ‘블랙 뷰티’의 이번 분석처럼 화성 지질을 보다 세세하게 연구하면 지구의 탄생 및 성장, 진화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성과 지구 모두 약 45억년 전에 탄생했고, 생성 초기 물로 뒤덮인 바다 행성인 점까지 닮았기 때문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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