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메이드 카페 마니아가 만든 로봇에 시선이 집중됐다. 정부 프로그램에도 채택된 이 로봇으로 실제 서빙이 가능한지 기획된 실험에는 1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화제의 로봇은 ‘마시로(MaSIRo)’. ‘A_sa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로봇 공학자가 자력으로 제작했다. 워낙 메이드 카페를 좋아하는 제작자는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 생생한 메이드 로봇을 만들기 위해 2018년 2월 ‘마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프로젝트였지만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 심지어 일본 총무성의 ‘이노베이션(異能vation)’ 프로그램에도 채택됐다. 총무성은 마시로가 실제 어느 정도 기능을 가졌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제안했고, 지난 7일 도쿄 아키하바라 모처 메이드 카페에 마시로가 등장했다.
일반에 공개된 테스트에는 적잖은 시민이 몰렸다. 실험은 ①카페 손님이 주문할 음료를 정하고 ②벨을 눌러 마시로를 부른 뒤 ③주문 카드를 전달하고 ④마시로가 음료수를 서빙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매장 내부는 마시로의 동선을 고려해 테이블 9개가 배치됐다.
총 사흘간 진행된 실험에는 사전 응모한 시민 102명이 카페 손님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자유롭게 음료를 적어 마시로에 건네고 로봇 메이드 기술을 체험했다. 마시로는 움직임이 다소 어색했지만 주문대로 음료를 가져왔다. 테스트 내내 한차례도 음료를 쏟지 않았다. 회사나 연구소도 아닌 개인이 만든 로봇에 시민들은 손뼉을 쳤다.
마시로는 발밑에 라이다(LIDAR)을 탑재해 사전에 매장 내부 매핑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자기 위치를 추정하면서 주행했다. 머리에 장착된 뎁스 카메라로 사람 얼굴이나 물체를 인식했다. 브레이크가 달린 7축 로봇팔을 사용해 음료를 옮겼다. 마시로의 전체 모터 수는 29축이다.
메이드 로봇 마시로는 먼저 손을 잡으면 따라오는 기능도 갖췄다. 처음에 스티커를 붙였던 눈은 진화를 거듭해 액정으로 변경됐다. 덕분에 눈동자 움직임을 구현한다.
이동을 위해서는 작은 바퀴를 이용한다. 긴 치마를 착용했기 때문에 바퀴는 감쪽같이 감출 수 있다. 2족 보행이 훨씬 인간적이겠지만 이는 어지간한 로봇 제작사도 구현하기 어렵다. 사람 뺨치는 표정으로 유명한 ‘아메카’를 만든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 조차 2족 보행을 최후의 로봇기술로 꼽는다.
사람과 대화를 위해 인공지능(AI)을 동원하는 로봇도 많지만 마시로는 몸짓이나 눈짓을 최대한 활용한다. 기술이 발달했지만 아직 현실적인 대화가 어렵고 표현도 어색해 일부러 언어 AI를 탑재하지 않았다.
제작자는 “애니메이션에는 마지막 회가 있지만 제가 만든 메이드 로봇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로봇 성능과 외형을 더 다듬어 3~4년 뒤에는 그럴듯한 로봇 메이드 카페도 운영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