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감정이나 의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우울증이 시각에도 뚜렷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연구팀은 우울증이 감정을 관장하는 뇌 기능의 부전뿐 아니라 시각에도 적잖은 변화를 야기하는 사실이 발견됐다고 4일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Journal of Psychiatry & Neuroscience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이 대학 심리학자 빌자미 살멜라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 착시가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을 동의를 구한 뒤 모집한 뒤, 착시를 일으키는 화상을 보여주고 어떻게 보이는지 물었다.

헬싱키대학교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보여준 화상 <사진=헬싱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해당 화상은 같은 밝기와 대비를 가진 사각형 A와 B, C와 D를 다른 배경에 겹친 것이다. 보통 사람의 경우 사각형 A와 B는 밝기가 똑같지만 배경 탓에 A가 더 밝아 보인다. 사각형 C와 D의 경우, 배경 줄무늬 방향에 따라 C가 더 흐릿하게 보인다. 

우울증 환자들의 시각적 해석은 일반인과 달랐다. 밝기 차이를 나타낸 A와 B는 일반인처럼 본 반면, C와 D의 차이는 구분하지 못했다. 

빌자미 교수는 “A와 B는 망막이 관여하는 부분이고, C와 B는 대뇌피질에서 처리를 관장한다”며 “우울증에 걸리면 뇌의 대비 처리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실험 결과는 우울증 환자의 망막 처리는 정상이지만 대뇌피질에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은 대뇌피질에 영향을 줘 시각 변화를 야기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울증 외에도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조울증), 경계성성격장애 등도 뇌의 시각처리에 영향을 준다. 

빌자미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은 중증 정신질환에 걸리면 눈과 뇌에 의해 바깥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에 어떤 변화가 있음을 나타낸다”며 “만약 심적인 큰 변화를 스스로 느낀다면, 본인의 시각에 평소와 차이첨이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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