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모두 가진 새로운 소재가 등장했다. 첨단 3D 프린팅 기술이 동원된 신소재는 중세 유럽의 기사들이 착용한 사슬갑옷에서 힌트를 얻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유연하면서 단단한 성질을 가진 소재 PAMs를 소개했다. PAMs는 다중연결구조재료(polycatenated architected materials)의 앞글자를 땄다.

PAMs는 액체의 유동성과 고체의 단단함을 모두 추구하는 물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직조된 실처럼 보이지만 고리 형태의 각 구성요소가 밀집한 덩어리가 상황에 따라 형태를 바꿔 액체나 고체의 성질을 나타낸다.

칼텍이 개발한 신소재. 고리 모양의 구성요소를 이어 붙여 고체와 액체의 특성을 목적에 따라 구현한다. <사진=칼텍 공식 홈페이지·Wenjie Zhou>

PAMs 개발에 참여한 칼텍 저우웬졔 연구원은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결정격자 구조가 바탕이 되는 신소재를 설계했다"며 "일반적인 결정에서는 격자가 고정되지만 PAMs는 고리 모양의 구조를 사슬처럼 얽어 각 구성요소(컴포넌트)가 움직이고 상호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PAMs는 아크릴 계열 폴리머와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할 수 있다. 이들 재료를 이용해 3D 프린터로 인쇄한 각각의 시제품은 일정한 유동성을 갖춘 동시에 강성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완성된 PAMs 시제품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압축하고 비틀고 찢는 실험을 실시했다. 칼텍 키아라 다라이오 연구원은 "PAMs는 가하는 힘의 강도나 방향에 따라 때로는 고체, 때로는 액체의 성질을 보여준다"며 "전단력(크기는 같으나 방향이 다르게 가하는 힘)을 주면 PAMs의 각 컴포넌트가 미끄러져 액체처럼 흐물흐물하다가 압축하면 확 굳어지면서 고체처럼 안정된다"고 말했다.

액체처럼 흘러내리는 신소재. 컴포넌트의 형태를 달리하면 고체의 특성을 보인다. <사진=칼텍 공식 홈페이지·Wenjie Zhou>

연구원은 "PAMs의 구성요소는 결정처럼 연결되면서도 서로 자유롭게 미끄러져 움직인다"며 "이 신소재는 고체 결정격자인 동시에 꽉 들어찬 콩알 같은 입상물질의 성질을 모두 갖는다"고 전했다.

PAMs는 용도에 따라 유연한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부드러운 소재로도, 딱딱한 소재로도 프린트할 수 있고 각 컴포넌트의 형상이나 연결법을 바꿀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고체와 액체의 성질을 나타내지만, 세세한 동작은 커스터마이징 하기 나름이다.

저우웬졔 연구원은 "PAMs는 각 컴포넌트가 미끄러지거나 회전, 재편하기 때문에 충격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흩어야 하는 헬멧 소재로 적합하다"며 "전하나 물리적인 힘을 받으면 수축·팽창하는 의료기기나 소프트 로보틱스(soft robotics) 같은 첨단 분야의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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