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도 화산들의 폭발이 지구의 극적인 한랭화를 야기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는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대학 대기과학과 연구팀은 지난 2000년 동안 일어난 고위도 화산의 폭발 이력을 조사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화산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가스와 화산재는 태양광을 차단해 일시적인 냉각 효과를 가져온다. 대규모 화산 폭발이 지구 한랭기와 관련됐다는 것은 많은 학자가 동의하지만, 화산의 규모나 장소, 분화 빈도 등은 정량화된 바 없다.

오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연구팀은 미국 및 스위스 지구과학자들과 협력해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 코어의 황 동위원소를 조사했다. 화산 폭발 시 방출되는 유황은 대기 중 황산 등 에어로졸을 형성해 태양광을 약화하고 지구가 냉각된다. 이 같은 황 동위원소는 특정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의 화학 조성과 비교할 수 있다.

고위도의 화산 분화는 지구의 극적인 한랭화를 야기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학자들은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화산 분화는 적도 부근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적도 부근에서 일어난 분화의 경우 바람의 패턴과 기류에 따라 화산재와 가스가 지구 전체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분화는 유럽과 미국의 여름을 없애버렸다.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의 대규모 폭발 및 1980~1983년 멕시코 엘치촌 화산 분화는 열대 이상기후를 야기했다. 대재앙으로 기록된 1991년 6월 필리핀 루손 섬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지구 기온을 0.5℃나 떨어뜨렸다.

연구팀은 과거 2000년 동안 특히 추운 10년이 도래했던 540년대, 1450년대, 1600년대를 연구 대상으로 정했다. 세부적으로 536년과 540년, 1453년과 1458년의 화산 분화, 그리고 안데스 후아이나푸티나 화산이 분화한 1600년에 초점을 맞췄다.

조사 관계자는 "이들 화산 분화에 의해 대기 30㎞ 이상 방출된 황산염의 양은 지금까지 추정치의 절반이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이는 고위도 여름 기온이 예상보다 화산 폭발의 영향을 받기 쉽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과거 2000년 간 화산 분화가 야기한 10여년 간의 극적인 한랭화와 고위도 화산 분화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사진=pixabay>

이어 "고위도 지역에서는 극지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열대의 따뜻한 공기가 섞이기 때문에 대기 순환이 더 복잡해진다"며 "이 지역의 화산 폭발이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화산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해빙의 면적과 해양 저열량(해양이 축적한 열에너지) 등에 의해서도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연구는 지구 기후에 변화가 일어나면 기후 시스템의 다른 요소들이 작용해 그 정도를 훨씬 크게 만드는 것을 보여줬다"며 "고위도 지역은 이런 기후변화의 영향을 특히 강하게 받기 쉽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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