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고요의 바다 아래에 제법 긴 지하 터널이 존재한다는 레이더 관측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이탈리아 공동 연구팀이 이뤄낸 성과에 천문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이탈리아 트렌토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6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달의 고요의 바다에 난 수직 구멍 아래에 지하 터널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번 지하 터널이 지구에서도 관찰되는 용암 튜브라고 추측했다. 용암 튜브는 화산 활동으로 인한 용암류가 굳은 뒤 그 아래에 만들어지는 천연 지하 터널이다.

NASA는 달 정찰 위성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고요의 바다 수직 구멍 내부에 지하 동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NASA의 달 정찰 위성(Lunar Reconnaissance Orbiter, LRO)의 레이더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다 고요의 바다에 자리한 지름 약 100m의 구멍 밑에 터널이 존재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지하 터널은 수직 구멍 아래 135~175m 구간에 서쪽으로 늘어선 형태로 형성돼 있고 길이는 최단 25에서 최장 77m, 폭은 대략 45m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NASA의 LRO가 과거에 잡아낸 달 마리우스 언덕의 수직 구멍. 모두 같은 것으로, 태양광 입사 각도에 따라 형상과 온도가 각각 변화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달 표면의 수직 구멍이나 지하 터널은 언젠가 이뤄질 본격적인 유인 탐사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운석이나 우주 방사선 등으로부터 귀중한 인력과 물자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달의 구멍이나 지하 터널은 발견될 때마다 월면기지 후보로 관심을 받아왔다.  

학자들은 그간 탐사 장비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달 표면의 수직 구멍이나 지하 터널을 여럿 확인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달 주회 위성 '카구야'나 NASA의 LRO 같은 장비들은 지금껏 200개 넘는 수직 구멍과 지하 터널을 관측했다.

JAXA의 달 주회 위성 카구야가 잡아낸 마리우스 언덕의 수직 구멍 주변부(왼쪽)와 이를 NASA 달 정찰 위성 LRO가 확대 촬영한 사진. 그 아래는 천문학자들이 분석한 수직 구멍 밑의 상상도다. 터널 부분의 온도가 수직 구멍과 비슷할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했다. <사진=JAXA·NASA 공식 홈페이지> 

NASA는 2022년 여름 낸 조사 보고서에서 달의 수직 구멍들 중 최소 16개는 용암 튜브라고 주장했다. 지구나 화성에도 존재하는 용암 튜브는 화산 활동으로 용암이 흐를 때 형성되는 터널 형태의 지형이다. NASA는 구멍마다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부는 약 17℃의 온도가 유지되는 최적의 달 전진기지 후보라고 파악했다.

한편 '카구야'를 운용하는 JAXA는 NASA와 트렌토대학교 연구팀의 이번 연구에 주목했다. JAXA는 지표면의 굴곡과 관계없이 어디든 착륙 가능한 핀포인트 착륙(pinpoint-landing) 기술을 활용해 이번 지하 동굴을 탐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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