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러시아도 반세기 만에 달 탐사에 나서면서 양국의 우주개발 경쟁이 냉전시대 이상으로 달아오를지 주목된다.

러시아우주국(ROSCOSMOS)은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 11일 오전 8시(한국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무인 달 탐사선 '루나(Luna) 25'가 무사히 달을 향해 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루나 25'가 달 타원 궤도에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일이며, 달 표면에 착륙하기 전까지 달 상공 100㎞ 궤도에서 최단 사흘, 최장 1주일을 보낼 예정이다. 

'루나 25'는 러시아가 47년 만에 달로 보내는 탐사선이다.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에 나선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11월 16일 최신예 우주선 '오리온(Orion)'을 차세대 로켓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에 실어 보낸 9개월 만에 러시아도 맞불을 놓은 셈이다.

2020년 발표된 러시아의 '루나' 프로젝트. '루나 25'는 2021년 발사될 예정이었다. <사진=러시아우주국 공식 홈페이지>

'루나 25'는 1976년 소련이 발사한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4'를 계승하는 기체다. 당초 2015년 발사를 예정했다가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일정이 8년이나 늦어졌다.

'루나 25' 탐사선은 나로우주센터의 약 100배 규모를 자랑하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되면서 러시아 우주개발 역량을 과시했다. 러시아우주국이 '루나 25'를 성공적으로 띄우자 냉전시대 미소 우주개발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시대 여러 분야에서 기술을 겨룬 사실은 익히 유명하다. 양국은 우주개발을 비롯해 핵폭탄 등 다양한 전략 무기를 개발했는데, 심지어 초능력자를 길러내는 기술을 경쟁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달에 먼저 탐사선과 사람을 보내기 위해 경쟁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러시아는 2010년대 초반 화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Fobos-Grunt)가 실패하면서 '루나 25' 발사도 계속 미뤄졌다.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우주국(ESA)이 러시아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빠지면서 계획은 더욱 차질을 빚었다.

'루나 25'는 얼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달의 남극 부근에 착륙할 예정이다. 러시아우주국은 '루나 25' 탐사선의 이동 경로와 궤도 진입 등 미션 진행 상황을 추후 발표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달 탐사선 발사는 최근 인도의 '찬드라얀(Chandrayaan)-3' 미션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는다.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가 운용하는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지난 7월 14일 발사돼 이달 5일 달 타원 궤도에 안착했다. '찬드라얀' 3호는 오는 23일 인도 최초의 달 착륙을 시도하며, '루나 25' 역시 같은 날 달 표면에 내려앉을 전망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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